洞山良价和尙辭親書
伏聞諸佛이 出世에 皆托父母而受生하시고 萬類가 興生도 盡假天地之覆載라 故로 非父母而不生이요 無天地而不長이니 盡霑養育之恩하고 俱受覆載之德이니다 嗟夫라 一切含靈과 萬像形儀가 皆屬無常하야 未離生滅이라 稚則은 乳哺情重하야 養育恩深하니 若把賄賂供資라도 終難報答이오 若作血食侍養이라도 安得久長이릿가 故로 孝經에 云日用三牲 之養이라도 猶爲不孝也라하시니 相牽沈沒하야 永入輪廻니다 欲報罔極之恩인댄 未若出家功德이라 截生死之愛河하고 越煩惱之苦海하며 報千生之父母하고 答萬劫之慈親하며 三有四恩을 無不報矣라 故로 云一子가 出家에 九族이 生天이라하시니 良价는 捨今生之身命토록 誓不還家하고 將永劫之根塵하야 頓明般若하노니 伏惟父母는 心聞喜捨하사 意莫攀緣하시고 學淨飯之國王하시며 效摩耶之聖后하소서 他時異日에 佛會上相逢일새 此日今時에 且相離別이니다 良价는 非拒五逆於甘旨라 盖時不待人일새 故로 云此身不向今生度하면 更待何生度此身이리요하니 伏冀尊懷는 莫相記憶하소서 頌曰 未了心源度數春하니 飜嗟浮世謾逡巡이로다 幾人이 得道空門裡어늘 獨我淹留在世塵이로다 謹具尺書辭眷愛하고 欲明大法報慈親을 不須灑淚頻相憶하고 比似當初無我身하소서 林下白雲常作伴하고 門前靑嶂以爲隣을 免于世上名兼利하고 永別人間愛與親을 祖意直敎言下曉요 玄微須透句中眞을 合門親戚이 要相見인댄 直待當來正果因하소서
엎드려 듣자오니, 모든 부처님이 세상에 나올 때는 모두 부모에 의탁하여 삶을 받았으며 만물이 생겨날 때는 모두 하늘이 덮어 주고 땅이 실어 주는 힘을 빌었다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부모가 아니면 태어나지 못하고 천지가 없으면 자라나지 못하니, 모두가 길러 주는 은혜에 젖어 있으며 모두가 덮어 주고 실어 주는 은덕을 받았습니다. 오호라, 일체의 중생과 만 가지의 형상들은 모두 무상無常에 속하기에 태어나고 죽는 것을 여의지 못하는 것입니다. 어려서는 곧 젖을 먹여 준 정이 무겁고 길러 준 은혜가 깊으니 만약 재물을 가지고 공양하고 돕더라도 결국에는 보답하기 어려우며, 만약 베어 낸 살로 음식을 지어 시봉하더라도 어찌 오래도록 장수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효경》에 이르기를 「날마다 세 가지의 희생물을 잡아 봉양하더라도 여전히 효를 다하지 못한다」 하였으니, 서로 끌어당기며 잠겨들면 영원히 윤회의 길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므로 망극한 은혜를 보답하고자 하면 출가하는 공덕 만한 것이 없을 것입니다. 삶과 죽음으로 이어지는 애증의 물줄기를 끊어버리고 번뇌로 가득 찬 고통의 바다를 뛰어넘음으로써 천 생의 부모에게 보답하고 만 겁의 자애로운 육친에게 보답한다면 삼계의 네 가지 은혜를 갚지 않음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한 아들이 출가하면 구족九族이 천상에 난다」 했습니다. 양개는 금생의 몸과 생명을 버리더라도 맹세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영겁의 근진根塵으로 반야를 깨쳐 밝히려 합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부모님께서는 마음으로 들으시고 기꺼이 버리시어 뜻으로 새로이 인연을 짓지 마시고 정반국왕을 배우시며 마야모후를 본받으십시오. 다른 날 다른 때에 부처님의 회상會上에서 서로 만날 것이오니 지금 이 때에는 잠시 서로 이별하는 것입니다. 양개는 오역죄五逆罪를 저지르고자 부모공양을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니, 그러한 까닭에 「이 몸을 금생에 제도하지 않으면 다시 어느 생을 기다려 이 몸을 제도할 것인가」라고 한 것입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부모님의 마음에 이 자식을 다시는 기억하지 마십시오. 송頌하여 가로되:
마음근본 못깨친채 그몇해를 지냈던가, 뜬세상에 부질없이 머뭇거려 슬퍼하네. 수많은이 빈문에서 무상도를 얻었거늘, 나홀로만 세상티끌 파묻힌채 남아있네.
외람되이 짧은글로 깊은사랑 하직하고, 큰법밝혀 자애로운 육친은혜 보답코자. 눈물뿌려 애달게도 자주생각 하지마소, 애초부터 이한몸은 없던걸로 비기소서.
깊은숲속 흰구름이 언제라도 벗될게고, 문앞에선 푸른뫼봉 이웃으로 삼을지니, 그와같이 세상명예 이익에서 벗어나서, 오래도록 사람사이 애증이별 하렵니다.
조사들이 품은참뜻 잠식간에 깨우치려, 묘한눈빛 모름지기 참된것을 꿰뚫지니, 온집안의 친척들이 서로간에 보자하면, 마땅히 찾아들어올 바른인과 기다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