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3. 눈 덮힌 산맥에서 부른 노래
3. 눈 덮힌 산맥에서 부른 노래
악마와 유령을 물리친 미라래빠의 명성은 한층 널리 알려졌다. 냐낭 마을 사람들은 그를 더욱 신봉하게 되었다.
그들 중에는 진리를 열망하는 ‘위르모’라는 이름의 부인이 있었다. ‘갹푸와’라는 어린 아들을 둔 그녀는 아들이 성장한 후 미라래빠의 제자가 되기를 바랐다.
미라래빠는 냐낭짜마르 마을에 얼마간 머문 뒤 라치 설산으로 떠나기로 했다. 라마승 샤까구나와 여제자 센도르모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그해 겨울을 지내고 떠나라며 만류했다. 겨울이 닥쳐오고 있는데 설산에서 지내자면 온갖 어려움이 따르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래래빠는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나로빠 스승의 대를 잇는 법손이므로 설산의 폭설과 고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마을에서 영원토록 산다는 것이 나에게는 죽음보다 더 나쁜 일이 되리라. 마르빠 스승 또한 세상의 유혹을 피해 은둔처에 살면서 부단히 명상하라고 하셨다.”
미라래빠는 설산 악마를 정복한 큰 동굴로 향했다.
샤까구나 라마승과 센드로모와 나머지 네 사람은 밀가루와 쌀과 고기 및 버터를 준비하여 미라래빠를 배웅해 주고 돌아왔다. 그들이 돌아올 때는 사나운 눈보라가 휘몰아쳐 길을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밤늦게야 겨우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눈보라는 기세가 꺾기지 않고 열여드레 동안 계속 몰아쳤다. 이로인해 진 마을과 냐낭 마을은 여섯달 동안이나 고립되었다. 미라래빠에게 신심을 지녔던 제자들은, 스승께서 이 눈보라를 이기지 못하고 틀림없이 돌아가셨으리라 생각하고는 제사를 지냈다.
싸가(Saga)의 달이 되자, 제자들은 도끼와 곡괭이를 들고 스승의 시체를 찾아 나섰다. 그들이 목적지 가까이 이르러 잠시 숨을 돌리고 있을 때였다.
멀리 큰 바위 위에서 설산 표범이 사지를 뻗으며 크게 하품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자니 표범은 마침내 어슬렁거리며 사라졌다. 마을 사람들은 스승의 시체를 찾는 것은 이미 끝난 일이라고 생각했. 표범이 스승의 육신을 홀딱 삼킨 것이 틀림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중얼거렸다.
“그렇더라도 옷가지나 머리카락쯤은 남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그들은 슬피 울며 사방을 헤맸다.
그때 그들은 표범의 발자국 옆에 나란히 찍혀 있는사람의 발자국을 발견하였다. 행여 유령의 발자국은 아닐까, 눈을 의심하며 한참을 헤매던 그들은 어느 동굴에 이르렀다. 동굴 안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미라래빠였다.
그들은 당황하였다.
‘지나가던 사냥꾼이 스승에게 음식을 바치기라도 했단 말인가? 사냥꾼이 포획한 고기를 남겨 주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래서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그들은 동굴로 들어서자 미라래빠는 이미 음식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미라래빠의 건강한 모습을 보자 기뻐하며 함성를 질러댔다. 어떤 이들은 울먹이고, 더러는 춤을 추었다.
동굴 안에는 이전에 바친 밀가루와 쌀과 고기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샤꺄구나 라마승이 여쭈었다.
“스승께서는 우리가 오고 있다는 걸 알고 계셨음이 분명합니다.”
“바위 위에 앉아있자니 그대들이 건너편 오솔길로 지나가는 것이 보이더구나.”
“우린 그 바위 위에 앉아 있는 표범을 보았습니다. 그때 스승께서는 어디에 계셨습니까?”
“아하, 그 표범이 바로 나였지! 생명 에너지와 마음의 작용을 완전히 통달한 수행자는 사대(四大)의 본질을 완전히 지배할 수 있지. 그래서 자신을 어떤 모습으로든지 마음대로 바꿀 수가 있단다. 그대들은 모두 수승하고 신실한 신자들이기 때문에 나는 초현상적인 능력을 나타내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하지는 말도록 하라.“
이때 센도르모가 여쭈었다.
“선생님 안색은 지난해보다 훨씬 더 건강하게 보이시네요. 사나운 눈보라로 길이 막혀 아무도 음식을 갖다드릴 수 없었을 텐데, 혹시 천신들이 음식물을 날라주진 않았나요? 아니면 야수들에게 희생된 산짐승 고기를 드셨나요? 어떻게 연명하셨습니까?”
미라래빠는 이에 대답했다.
“나는 대부분을 삼매에 잠겨 있었단다. 축일에는 다끼니 여신들이 음식을 공양해 주기도 했지. 하지만 때로는 한 숟가락의 떡가루만으로 지낸 적도 있다.
어제 한 숟가락 먹었고, 며칠 전에 또 한 숟가락 먹었단다.
말(馬)의 달(午月) 말경에는 그대들이 나를 에워싸고 음식물을 공양하는 환영을 보았는데 그후 며칠동안 배고픔을 느끼지 못했다. 그대들은 그때 무슨 일을 행했더냐?”
제자들은 날짜를 꼽아보다가 그날이 바로 제사를 지낸 날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이야기를 듣고 미라래빠는 웃으며 말하였다.
“바르드(Bardo)의 상태에 있는 영혼에게 선의을 베풀면 그 영혼은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지금 여기’에서의 바르도를 깨닫는 것이 한층 더 중요한 일이란다.“
제자들은 미라래빠에게 냐낭으로 돌아갈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미라래빠는 그러나 거절했다.
“여기에 머물면서 삼매에 잠기는 것을 나는 몹시 즐기고 있단다. 차츰 삼매가 깊어지고 있어. 그러니 그대들끼리 돌아가도록 하렴.”
그러자 제자들은 아우성이었다.
“이번에 스승님이 저희와 함께 내려가지 않으신다면 냐낭 사람들은 저희들을 책망할 거예요. 스승님을 무덤에 남겨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난과 저주를 쏟아부을 거예요.”
“함께 가주시지 않는다면 스승님을 떼메고라도 가야겠어요. 아니면 죽음이 저희를 덮칠 때까지 저희도 여기에 계속 있든지요.”
미라래빠는 그들의 끈질긴 호소에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함께 가기로 동의하고 말았다.
다음날 미라래빠와 신도들은 동굴을 떠나 냐낭으로 출발했다. 센도르모가 먼저 마을로 달려가서미라래빠가 온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미라래빠와 제자들은 냐낭으로 돌아오다가 농부들이 밀을 타작할 때 사용하는 크고 넓은 반석(盤石)에 당도하였다. 마을사람들은 남녀노소 구별 없이 모두 몰려나와 미라래빠를 환영하엿다. 그들은 스승의 안부를 여쭈며 한없이 기뻐하였다. 스승에게 엎드려 절하고 스승의 손을 잡고 환호하였다.
미라래빠는 눈장화를 신고 지팡이에 턱을 괴고 선 채 노래하였다.
그대들과 나, 남녀 신도들과 늙은 미라래빠.
상서로운 하늘 아래 축복받으며
우리들 세상의 삶 끝나기 전에 다시 만났네.
그대들 환대에 응하여 노래부르나니
귀담아 들을진저!
호랑이 해(寅年)끝 무렵
토끼 해(卯年)시작되기 전,
와젤 초엿샛날,
출가 결심 무르익어
멀고 먼 라치 설산(雪山)을 찾아왔네.
하늘과 땅 맞닿은 듯하고
그 사이 살갗 찢는 흑풍이 몰아치고
강물은 달리고 급류는 소용돌이치며
먹구름은 사방에 모여들고
해와 달은 어둠 속에 가렸네.
스물여덟 별자리 자리잡고
은하수는 얼어붙은 듯,
여덟 천체(天體)는 쇠사슬에 묶인 듯.
하늘은 안개에 가린 듯 뿌옇기만 하더니
흰 눈이 아흐레 밤낮으로 쏟아졌네.
눈송이는 물레가락 방추(紡錘)인 양 흩날리고
하얀 완두콩인 양 흩날리고
무명 타래인 양 흩날렸네.
얼만큼 내렸는지 잴 수도 없네.
백설이 온 산을 뒤덮어 하늘까지 닿은 듯하고
숲 사이로, 나무들 위로
퍼붓고 또 퍼부으니
검은 산들은 눈부시게 빛나고
모든 호수가 얼어붙고
바위 밑 옹달샘도 얼어붙었네.
세상이 온통 새하얀 평원인 듯
능선과 골짜기는 높낮이가 같아졌네.
저렇듯 하얀 눈을 보면서 누가 감히 악행을 저지르랴.
야생 짐승들은 배고파 야단이고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가축들은 산 속을 헤매니
불쌍하고 가련한 마음 가눌 길 없어라.
나뭇가지 위 산새들은 허기지다 우짖고
산토끼, 들쥐들은 땅 속 깊이 숨었네.
이런 재앙 속에서도
나는 홀로 온전한 고독 속에 살았네.
세모(歲暮)의 거센 눈보라는
설산 높은 곳 무명베 두른 이에게
매섭게 몰아쳤으니
눈보라가 이슬비로 될때까지
생사를 다퉜네.
마침내 분노한 바람 이겨
잠잠케 하였나니
명상자의 무명옷은 불타는 장작인 양.
그 투쟁은 생사의 다툼인 양,
마치 거인들의 싸움에 큰 칼이 부딪치듯
명상자 미라래빠 승리했나니
모든 불자(佛子)들의 모범이 되고
위대한 수행자의 귀감 되었네.
내부 생명렬과 2대 통로(通路)를 다스리는
나의 힘 보여주었네.
명상에 기인하는 네 가지 질병을
세심히 관찰하고
내적 수행 계속하니
차고 따뜻한 생명 에너지들은
진수(眞髓)가 되었네.
하여 성난 바람 다스리고
폭풍의 힘 무마 하였네.
하늘의 군사들도
미라래빠와 겨루지 못하리라.
이 투쟁에 명상자 미라래빠 승리했네.
호랑이 가죽 걸친
진리의 충실한 아들 미라래빠는
여우모피를 입지 않네.
거인의 아들 미라래빠는
분노를 품거나 이성를 잃지 않았네.
뭇 짐승의 제왕인 사자의 아들 미라래빠는
항상 설산에 사네.
인생사는 미라래빠에게 유희 같은 것.
그대들은 이 늙은이 믿는다면
그의 예언 경청할진저.
수행 법통(修行法統)의 가르침은 점점 자라나
널리 전파되리.
몇몇 성취자들이 세상에 나타나리니
미라래빠의 명성이 온세상에 퍼져나가리.
그대 제자들은 그를 기억하여 신심 깊어지리.
또한 우리를 찬미하는 노래가 들려오리.
그대들, 나의 건강을 궁금해하는가?
응답하나니
명상자 미라래빠, 매우 건강하네.
하나 친애하는 보시자들아,
그대들은 어떠한지?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지?
미라래빠의 행복에 겨운 노래는 마을 사람들을 고무시켜 그들은 춤추며 기쁨의 노래를 불렀다. 미라래빠도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하였다.
미라래빠가 냐낭짜마르 마을의 중간쯤에 이르렀을 때 여제자 레쎄붐이 말했다.
“스승이시여, 이렇게 살아서 돌아오시니 이보다 더한 기쁨이 어디 있겠습니까? 선생님의 안색은 더욱 빛나고, 몸에는 생기가 넘치는 군요, 은둔처에 계실 때 천녀들이 음식을 공양했나보군요.”
미라래빠는 레쎄붐에게 노래로 응답했다.
마르빠 스승의 발 앞에 엎드려 절하나이다.
다끼니 여신들이 축복의 예물 바치고
싸마야의 감로수는 영양이 풍부하고
신실한 수행은 감관(感官)을 먹여 살리니
하여 제자들은 상서로운 공덕을 쌓도다.
일심(一心)은 바탕이 없고 텅 비어 있나니
티끌보다 더 적어라.
보는 자와 보이는 것이 따로 없을 때
'바른 견해' 비로소 체득되도다.
깨달음의 흐름인 수행에는
어떠한 단계도 따로 없으니
행위자와 행위가 함께 녹을 때
불굴의 수행은 확고해지도다.
깨달음의 세계에는 주체와 객체가 따로 없으니
만물이 공하여 원인조차 비었어라.
행위와 행위자가 사라질때
모든 행동은 바르게 되나니….
유한한 사고(思考)는 진리의 본체에서 녹네.
하여 세상의 여덟 가지 바람은
희망도 두려움도 불러오지 못하네.
가르침과 가르침을 행하는 자가 녹을 때
가르침은 완성되나니….
진아(眞我)가 법신(法身)임을 깨달아
이타심으로 너와 내가 따로 없으면
행위와 행위자가 한데 녹아지나니
하여 거룩한 진리는 승리하도다.
제자들의 질문에 응답하여
늙은이는 즐거이 노래부르노라.
쏟아지는 눈이 명상하는 내 집을 가둬버렸지만
여신들이 음식물을 공양해주고
설산의 맑은 물이 갈증을 씻어주네.
수고하지 않아도 모든 일이 절로 굴러가니
경작하지 않아도 음식물이 생기고
저장하지 않아도 창고는 넉넉하네.
내 마음을 바라보면 만물이 다 비치고
낮은 곳에 앉으니 왕좌(王座)가 바로 그 자리라.
스승의 은총으로 완전성이 꽃피고
진리의 수행으로 그 열매 풍성하네.
여기 참례한 신자들과 보시자들은
신심으로 미라에게 봉사하도다.
행복하고 항상 즐겁기를….!
이때 샤꺄구나 라마승이 미라래빠에게 예배드린 뒤 말하였다.
“그렇게도 엄청난 눈 속에서 건강하게 지내신 것을 보니 저희들은 놀랍고 기쁘기만 합니다.스승이시여, 여기 도착하신 선물로 저희들에게 지난 겨울의 명상 체험을 들려주시지 않겠습니까?”
미라래빠는 샤꺄구나와 냐낭 마을 사람들에게 ‘명상 체험의 여섯가지 정수(精髓)’를 들려주었다.
삼보(三寶)를 체득한 스승께 귀의하나이다!
샤꺄구나와 제자들의 청에 따라
나 미라래빠, 명상 체험 들려주리니
아들들이여, 들을진져.
세속 떠난 미라는 라치 설산 찾아와
악마 이긴 동굴 속에 안주하여
여섯 달을 보내며 명상 체험 하였네.
여섯 가지 체험의 노래는
첫째는 현상계의 여섯 가지 비유요
둘째는 경계해야 할 내면 세계 여섯가지 잘못이요
셋째는 우리를 윤회 세계에 잡아매는 여섯 가지 끈이요
넷째는 대자유(解脫)성취하는 여섯 가지 길이요
다섯째는 대지혜 드러내는 여섯 가지 본질이요
여섯째는 명상 수행의 여섯 가지 지복 체험이네.
이 노래 기억하지 않으면 마음에서 사라지나니
그대들은 나의 말에 귀 기울릴진저.
장애물이 있다면 하늘이 아니요
헤아릴 수 있다면 별무리 아니요
움직일 수 있다면 산이 아니요
늘어나고 줄어듬이 있다면 바다가 아니요
다리(橋)가 있다면평원이 아니요
잡을 수 있다면 무지개가 아니니
이는 현상계의 여섯 가지 비유라.
정의을 내리면 이해를 막으며
졸음과 산란한 마음은 명상이 아니며
수용과 거부는 정행(正行)이 아니며
미세 사고(微細思考)의 흐름은 합일상태 아니며
동쪽 서쪽 분별하면 참지혜가 아니며
태어남과 죽음은 불타의 경지 아니니
이는 내면 세계의 여섯가지 잘못이네.
지옥 중생들은 증오로 불타고
굶주린 귀신들(餓鬼)은 비참하게 살아가며
짐승들은 어리석음에 젖어 있고
인간은 욕심에 매어 있으며
아수라는 질투로 싸움질하고
하늘의 신들은 자만심에 빠져 있나니
이것이 윤회계에 잡아매는 여섯가지 사슬이네.
커다란 신심과 의지할 스승과의 만남,
수련과 은둔의 생활,
끊임없는 정진과 명상(禪定)은
대자유(해탈)를 성취하는 여섯 가지 길이네.
본래 갖추어진 지혜(本生智)는 깊이 없는 심연(深淵)이요
자각하는 지혜는 안팎이 없네.
직관지(直觀智)는 어둠과 밝음이 없고
법성지(法性智)는 만유에 편재하고
불변지(不變智)는 행주좌와(行住坐臥)이어지네.
이는 대지혜의 여섯가지 본질이네.
생명열이 각성될 때 기쁨이 솟아나며
2대 통로로 흐르는 에너지의 바람이 중앙으로 흐를 때 기쁨이 솟고
각성의 마음이 위에서 흘러내릴 때 기쁨이 용솟음치며
아래까지 정화시킬 때 기쁨은 끝없나니
백(白)과 적(赤)이 가운데서만나 지복이 생기네.
하여 지극한 복락이 전신에 퍼지나니
이는 수행자의 여섯 가지 지복 체험이네.
아들들과 신도들이여,
그대들을 기쁘게 하려고
지난 겨울 명상에서 체험한
여섯가지 체득을 미라는 노래하였네.
이 노래의 천상 감로수를 마시고
모두들 기뻐하고 즐거워하기를….!
또한 순수한 소원이 성취될지어다!
이 늙은이의 우둔한 노래,
하지만 가볍게 여기지 말고
이 진리의 선물 잘 간직하여
축복받은 진리의 대도(大道)로 나갈진저!
이에 센도르모는 감탄하며 외쳤다.
“스승이시여, 삼세(三世)의 붓다와 같은 분이시여!
이처럼 놀라운 진리의 말씀을 듣게 될 줄 몰랐습니다. 스승이시여, 선생님을 믿지 않은 사람들은 짐승보다 어리석은 사람들입니다.”
미라래빠는 이어서 노래 불렀다.
역경사 마르빠의 발 앞에 엎드려 절하며
신실한 그대 보시자들 위해 노래부르네.
진리가 펼쳐진 세상에서
죄악을 짓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인간의 몸 받기 어려움을 생각하면
인생을 헛되이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바보 같은 짓.
도시의 유혹에 사로잡혀 벗어나지 못함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아내와 친척들은 찾아온 손님들일 뿐
그들과 다투는 일은 얼마나 웃음거리인가.
달콤한 속삭임은 꿈속의 빈 메아리일 뿐이니
그런 속삭임, 마음에 간절함은 얼마나 지각없는 짓인가.
원수는 연약한 꽃잎 같나니
다퉈서 자신의 인생을 망침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가족 생각에 번민하며 죽는다면 이는
미망(迷妄)의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는 짓이니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재물과 돈은 남에게 꾸어온 빚일 뿐이니
이를 아까워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
육신이란 오물로 가득 찬 그릇일 뿐이니
이를 가꾸고 치장하는 것이 우스운 일.
내적 가르침의 감로수를 마다하고
재물과부에 정신 팔려 일생을 보내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바보들의 무리 속에서도
현명하고 지각 있는 사람들은
진리를 수행하리라, 내가 그러하듯이.
거기에 모인 신자들은 미라래빠에게 말씀드렸다.
“저희들은 지혜의 말씀을 듣고 크게 감동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선생님과 같은 지혜도 없고 정진의 힘도 없기에 단지 어리석은 일을 행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선생님께서 여기에 계속 머물면서 산 자와 죽은 자를 축복해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스승이시여, 저희들의 청을 들어주소서!”
미라래빠는 그들에게 응답했다.
“나는 마르빠 스승의 뜻을 따라 라치 설산에서 명상하였다.잠시 동안 이곳에 머물겠지만, 계속 머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계속 머문다면 그대들의 공경심과 선의(善意) 또한 줄어들 것이틀림없다.”
이어 미라래빠는 노래를 불렀다.
역경사 마르빠께 귀의하옵나니
여기 모인 선남선녀 보시자들은
변치 않는 신심과 선의를 간직할진저!
친구들과 너무 오래 지내면 싫증나네.
너무 친밀하면 증오와 미움이 일어나네.
우정에 기대어 너무 오래 함께 지내면
너무 많은 기대와 요구를 하게 되는 것이
인간사 아니던가.
인간속의 호전성(好戰性)은 바른 가르침 파괴하고
나쁜 친구들은 선행을 방해하네.
정직한 말은 대중에게 오해를 일으키고
옳고 그름을 다투면 원수만 늘어나네.
저마다 교의와 신조를 무리지어 주장하면
더 많은 죄악을 짓게 되네.
신자들의 예물에 의무적으로 응하면
사특한 생각이 일어나네.
사자(死者)위해 바치는 음식을 즐기는 것은
위험한 죄악이네.
속인들의 예물은 천하고 무가치하네.
지나친 우정은 경멸의 원인이요
경멸은 다시 증오와 미움을 자라게 하네.
집을 많이 소유할수록
임종의 고통은 한층 더 커지나니
명상 수행자는 그 고통이 큼을 알아
무소유로 은둔처에 사노라.
나, 미라래빠는 홀로 고요한 은둔처로 간다네.
그대들은 스승에게 신심을 지녀 보시하며
부디 선한 공덕 쌓을진저.
우리들은 다시 만나리라.
이생에서나 저생에서 만나고 또 만나리.
보시자들은 모두 미라래빠에게 말씀드렸다.
“선생님의 가르침과 설법은 아무리 들어도 싫증나지 않습니다. 선생님께서 저희들을싫어하는가 보군요. 아무리 선생님을 모시려고 간청한들 부질없다는 것을 저희들은 압니다. 다만 틈나는 대로 이곳을 방문해 주세요.”
마을 사람들은 미라래빠에게 많은 식량과 예물을 바쳤으나 그는 받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깊은 감동을 받아 크나큰 존경심을 품었다.
이리하여 마을 사람들은 미라래빠에 대한 불변의 신심을 지니게 되었다.
이 장은 눈 덮인 산맥에서 부른 노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