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래빠의 십만송 해제
백화 이정섭
미라래빠에 관해서 기록된 저서로 대표적인 것은 <미라래빠의 생애담 Jetsun Khabum>과 <미라래빠의 십만송 Mila Grubum>이다. 이 두 책은 티벳의 가장 대표적인 문학 작품으로 손꼽힐 뿐만 아니라 인생의 본질을 추구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책들이다. 이 책들은 미라래빠의 법손 파모주빠(C.E. 1110~~11170)의 제자인 쨩뇽헤루까가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반스 웬츠가 번역한 Tibet’s Great Yogi Milarepa의 영역본을 우리말로 번역한 <히말라야의 성자 미라래빠>이후 이번에 가르마 첸치창(Garma Chen Chi Chang)이 영역한 The Hundred Thousand Songs of Milarepa를 옮기게 되었다.
1. 티베트 성자, 미라래빠의 생애
미라래빠는 A.D. 1052년 티벳의 깡가짜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부유했으나 아홉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재산의 상속권을 당숙과 당고모에게 빼앗기게 된다. 그 후 어머니와 여동생 및 퇴빠가(미라래빠의 아명)는 그들을 위해서 도리어 종살이를 하게 된다. 퇴빠가가 열다섯 살이 되던 해에 어머니는 잔치를 베풀고 재산을 환수하려 했으나 당숙과 당고모로부터 되레 갖은 모욕을 당한다. 이에 앙심을 품은 어머니는 퇴빠가에게 흑마술을 베풀어 그들을 죽이게 한다. 퇴빠가는 살생흑마술과 우박폭풍법을 배워 당숙의 가족 35명을 죽이고 깡가짜 고을에 우박폭풍의 재앙을 내린다.
그 후 퇴빠가는 진리의 스승을 찾아간다. 이때 만난 스승이 인도의 나로빠 및 마이뜨리빠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돌아온 마르빠 스승이다. 마르빠는 미라래빠의 죄업을 정화시키기 위해 탑을 여러 번 쌓게 하면서 갖은 고초를 겪게한다. 퇴빠가는 인정이 많으신 마나님 다메마와 가혹할 정도로 무자비하게 사랑의 고행을 시키는 마르빠 스승 미에서 6년 8개월 동안 눈물겨운 정화의 행로를 겪는다. 마침내 마르빠 스승으로부터 진리의 입문식을 받고 동굴로 수행하기 위해 떠나게 된 그는 이때 고향의 어머니를 찾아가지만, 육신의 어머니는 이미 썩어 황폐한 집에 뼈만 앙상히 남아 흙더미에 싸여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차차를 만들어 유골을 안치하고 동굴로 수행의 길을 떠난다. 구걸하는 거지가 된 누이동생 뻬따와 이전의 약혼녀 제새가 더러 음식물을 갖다 중 적은 있었으나 12년(또는 9년) 동안 동굴에서 쐐기 풀을 끓여 먹으며 몸이 파랗게 되도록 수행하여 마침내 큰 깨달음에 이른다.
미라래빠는 깨달음을 얻은 후에도 계속 동굴 생활을 하였고, 틈틈이 마을로 내려와 보시자들에게 노래로 가르침을 베풀었다.
2. <십만송>
많은 제자들에게도 주로 노래로 가르침을 베풀었는데, 이 노래를 모은 것이 바로 <십만송>, 노래가 많다는 뜻이다. 미라래빠는 1135년 열반에 들 때까지 많은 노래로써 중생들을 교화하였다. 그의 노래는 그의 가르침의 핵심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이 십만송에서 인생사의 온갖 모습을 볼 수 있다. 온갖 도덕적인 교훈과 정신적인 가르침을 볼 수 있고, 우리의 기존 관념을 초월하는 여러가지 사건 즉 기적의 시현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간의 완성을 추구해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온갖 길잡이들이 제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노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읊고 있고 삶의 기쁨을 노래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십만송은 과거 수세기 동안 티벳의 수도자들과 일반 사람들에게 위안과 영감과 다함없는 기쁨의 원천이 되었다. 티벳의 가장 대표적인 문학 작품으로 평가되는 이 십만송에는 수행 법통인 까귀빠 종의 진수가 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불교의 금강승 사상이 집약되어 있다.
불교는 부처님당시 초기불교에서 용수,무착,세친 등을 통해 일어난 대승불교를 거쳐 A.D. 6~7세기 나란다 대학을 중심으로 금강승이 전개된다. 이 금강승이 티벳으로 전파되어 미라래빠에 이르러 꽃피게 된다. 금강스에 비교되는 가르침으로는 인도 향지국의 왕자였던 보리달마가 중국에 들어가서 꽃 피우게 된 선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선종의 가르침과 금강승의 가르침은 많은 부분에서 유사하다. 진리는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므로 선종의 교의와 금강승의 교의가 본질적으로 같다고 할 수 있다.
3. <십만송>의 구성
1부 시험당하는 미라래빠
비인간들은 깨달음의 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티벳 불교는 수호불과 다끼니를 수행의 방편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심의 본질 자체는 잡을 수 없고 만질 수 없고 어떤 모양도 색깔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을 형상화하는 매개체로 수호불과 다끼니 여신을 활용하는 것이다. 즉 수호불과 다끼니는 보이지 않는 진아의 표상이다. 따라서 이러한 방편도를 걸을 때는 깨달음의 초기에 업식의 작용으로 이렇게 비인간의 유령이나 천신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이 본질적으로 마음의 작용임을 알 때 이런 현상은 저절로 사라진다.
2부 미라래빠와 제자들
미라래빠가 본격적으로 중생 교화를 시작하면서 제자들을 만난 내력과 그 때 부른 노래가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우리는 구체적으로 각 제자들의 성격 및 근기, 성향, 환경 등을 읽을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십만송>의 중심이 되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소년 래충빠, 소녀 빼다붐, 시와외래빠, 소녀 래충마, 논리학자들의 도전, 감뽀빠이야기 등 주옥 같은 이야기들과 노래들은 독자로 하여금 실컷 울고 웃게 하리라.
3부 전해지는 이야기들
짧은 이야기들과 노래들이 주로 수록 되어 있다. 그리고 일반 보시자들의 이야기가 많다. 제1,2부에서 빠진 노래와 이야기를 순서에 관계없이 수록한 것으로 보인다.
4. 역자의 말
미라래빠는 여러가지 신통을 행하였다. 선종에서는 신통이라면 무조건 거부하지만, 밥먹고 잠자고 눕고 서고 걸어다니고 말하는 것이 모두 진아의 신통이 아닐까? 미라래빠는 순수 심법이 아닌 행법을 통해서 완성의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별다른 신통을 보였을 뿐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고정 관념도 벗어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란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 현상계의 어떤 것도 다스릴 수 있는 위대한 신의 아들, 또는 부처의 아들임을 확신해야 한다. 우리가 고정관념을 버릴때 무진장의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창출된다.
십만송을 읽으며 우리 자신의 마음을 닦아갈 때, 우리 내면의 무진장의 보고를 펼칠수 있다고 확신한다.
육신 속에 잠자는 불성, 신성을 산속 동굴이 아닌 육신의 동굴 속에서 꽃피워야 하리라.
그때 허공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으리라
– 백화 이정섭 –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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