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제전집 도서 서
홍주자사 겸 어사 중승 배휴 쓰다
규봉선사께서 선의 근본이 되는 모든 전거들을 모아 선장으로 삼고 도서라 하시니, 하동 배휴는 “일찍이 이런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부처님께서 출현하시어 근기에 따라 가르침을 세우신 이후로 보살들께서 틈틈이 나오셔서 병에 의거하여 약을 알려 주셨다. 그러므로 일대시교에서는 깊고 낮은 성문・연각・보살의 삼문을 열었고, 하나의 진여청정의 마음에서 화엄・법화의 성종과 아함・유식의 상종으로 따로 법을 펼치셨다.
마명보살과 용수보살 두 스승은 부처님 경전으로 반야・중관의 공종과 화엄・법화의 성종으로 다르게 종지를 모두 펼치시고, 혜능대사과 신수대사 두 스승은 달마의 심법으로 돈과 점으로 다르게 품계를 모두 전하시며, 천태대사는 오로지 삼관에 의지하시고, 우두선사는 한 법도 있지 않다 하시며, 강서는 일체가 모두 진리라 하시고, 하택은 지견을 곧바로 가리키셨다. 그 밖에 공으로 있다는 상을 부수고, 진과 망을 서로 거둬들이며, 반대로 수순하고 취하는 것을 빼앗는 등 은밀한 가르침과 현묘한 말씀들이 서역에서 중국까지 그 종파가 이처럼 번성하니, 훌륭하게도 병에는 천 가지 원인이 있어 약이 여러 종류로 생기고, 정해진 기틀은 놓아두고 근기를 따르니 같을 수 없는 것이다.
비록 모두가 깨달음의 문이요 모두가 바른 진리의 길이라 할지라도 그러한 까닭에 온갖 종문들에서 모두가 깨달은 이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각기 익힌 것에만 안주하니 통함이 적어지고 구애됨은 많아졌다. 수십년동안 불법은 더욱 무너지니, 품을 계승한 것으로 문창을 내는 구실로 삼아서 제각기 스스로 종문을 열고, 경전과 논서를 방패와 창으로 삼아서 서로서로 공격을 일삼는구나. 뜻은 지킨다 잃었다 하면서 변한 것을 따르고, 법은 남이다 나다하면서 높고 낮음을 쫒으니, 옳고 그름으로 나누고 맞당겨 구분할 수도 없는지라. 그렇게 치닫는 이들이 부처님과 보살들의 모든 가르침과 종지로 성큼 나갈 때마다 다툼을 일으켜 뒷사람들에게 번뇌병만 더하니 어떤 이익이 있겠는가.
규봉대사께서 오랫동안 탄식하여 말하되 “내가 이러한 때를 바로 잡아야겠습니다. 어찌 잠자코 있을수 있겠습니까.”하셨다. 이에 여래의 삼종 교의로써 선종의 삼종법문을 확고히 하시니, 금화와 온갖 패물들을 한데 녹여 하나의 금으로 만들고, 수락과 제호를 한데 섞어 휘저어 한 맛으로 하였음이라.
벼리와 옷깃을 떨쳐 들어올리는 이가 모두 가지런히 하고, 요점 모은 것에 근거하여 따라오는 이들이 함께 나아가게 함이라.
오히려 배우는 이들이 밝히기 어려워함을 염려하시어 또 다시 종취의 본말과, 진망화합과, 공성이 감추어지고 드러난 것과, 법과 뜻의 차이와, 돈점의 다름과 같름, 속과 겉이 서로 돌고도는 것과, 방편과 실제의 깊고 얕음과, 통하고 막힘의 옳고 그름들을 보이셨다. 모두가 다 귀를 당겨와서 일러주시고, 손가락 하나하나 펼쳐 보여주고, 얼굴을 찡그렸다 펴시면서 으르시기도 하고, 자상하게 무릎을 맞대고 이끌어주신 것이다.
젖먹이듯 약을 지어주심은 부처님 종성의 왕성함이 상할까 근심하신 것이요, 마음으로 껴안아 주심은 생사대해의 급류와 탐진치 불길에 휩쓸리거나 불태워질까 염려하신 것이요, 손잡듯 이끌어 주심은 삿되거나 좁은 곳에 헤메거나 빠질까 걱정하심이요, 휘두르듯 흩어 주심은 싸움과 다툼에 갇혀 굳어질까 슬퍼하심이니라.
밝은 태양도 긴 밤의 어두움은 없앨 수 없고, 자비한 어머니도 자식을 끝까지는 지켜주지 못하거늘, 우리 스승께서는 부처님 태양같은 가르침을 받들어 말세의 굽은 곳의 마지막까지 비추시니 의심으로 가리워진 것을 모두 없애주시고, 부처님 마음에 수순하여 뒤석임을 매우 가엾이 여기시어 겁이 다하도록 이익케 하시니라.
곧 부처님은 가르침을 열어주신 주인이시고, 우리 스승은 가르침을 모아주신 현인이시라. 처음과 끝을 붙이고 멀고 가까움을 서로 비추니가히 일대시교를 마쳐 능히 해내셨다 할만하다.
누군가 말하기를 “부처님때부터 일찍이 대도를 통한적 없었는데, 지금 하루아침에 종취는 어기고 지키지 않는다. 문을 걸어 잠그고서 의지하지 않으니 그러면 비밀하게 감추어 계합하는 도를 무너뜨리지 않겠느냐” 한다.
대답하여 말한다. 부처님께서 처음에 비록 삼승을 설하셨지만, 나중에 하나의 도로 통하셨거늘 다만 어리석은 이가 깨닫지 못한 것이다. 그러므로 열반경에서 가섭보살이 이르셨다. “모든 부처님께는 은밀한 말씀이 있지만 은밀히 감춘 것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를 칭찬하시며 이르셨다. “여래의 말은 남김없이 열어보여 청정하고 가려진 것이 없거늘 어리석은 이는 알지 못하고 비밀히 감추었다 말하고 지혜로운 이는 명료히 알아 감추었다 하지 않느니라.” 이를 깨달을 지니라.
그러므로 왕도가 흥하면 바깥문을 닫지 않아도 오랑캐로부터 지킬 수 있고, 불도를 갖추면 제법을 모두 지녀서 밖에 마구니가 있어도 막을 수 있다. 다시 뜻에 집착해서 그 틈에 팔을 걷어 올리지 말지니라.
오호라. 훗날 배우는 이들이 마땅히 부처님 믿는 것을 취하고 사람 믿는 것을 취하지 말며, 마땅히 근본법 깨닫는 것을 취하고 말단의 습은 취하지 말지니라. 능히 이와 같이 하면 규봉대사께서 애쓰고 수고하신 은덕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끝)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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