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4. 마녀의 도전
냐낭 마을 사람들은 미라래빠에게 계속 머물러 주실 것을 간청했으나 그는 승낙하지 않았다. 그는 스승 마르빠의 뜻에 따라 리워뺀와르로 가서 링와 가까이에 있는 동굴에서 명상하였다.
그의 자리 오른쪽 바위에는 갈라진 틈이 있었는데, 어느날 밤중에 그 틈에서 뭔가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환청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러자 갑자기 눈부신 빛줄기가 바위틈으로부터 쏟아졌다. 그 빛속에서 홀연히 흑사슴을 탄 붉은 사람이 나타났다. 아름다운 여인이 그를 모시고 있었다. 그 사람은 질식할 것 같은 바람을 일으키면서 팔꿈치로 미라래빠를 후려갈기고는 이내 사라졌다. 그러자 붉은 마녀로 변한 여인이 느닷없이 미라래빠의 발목을 잡았다. 미라래빠는 그녀가 마녀 작씬모의 환영(幻影)임을 알아차리고 마녀을 향해 노래를 불렀다.
자애로운 마르빠께 엎드려 절합니다. 기회를 엿보는 그대 마녀여, 링와작의 작씬모여! 나는 아름다운 곡조로 속이지 않나니 정직한 말과 진리를 노래한다네. 푸른 하늘에는 해와 달의 축복이 넘치네. 신묘한 하늘의 궁전에서 다함없는 광명이 비치니 모든 중생들은 그 안에서 살아가네. 해와 달이 사대주를 운행할 때 라후 별이여! 부디 삿된 기운을 내지 말라. 동방 설산 꼭대기 눈 속 암사자 다쌩까모는 창성하리. 그녀는 뭇 짐승들의 여왕이니 부패한 살코기는 먹지 않는다. 그녀가 지평선에 장엄한 모습 드러낼 때 거친 눈보라여! 부디 그녀를 해치지 마라. 남방 울창한 삼림 속 준령 암호랑이 딱모리짜는 창성하리. 모든 야수들의 우두머리인 그녀는 무적의 여왕이네. 좁은 길 험준한 골짜기 건널 때 사냥꾼이여! 부디 덫을 놓아 방해하지 마라. 서방 광할하고 푸른 마팜 호수에 배가 흰 물고기 뙤까냐는 창성하리. 경이롭게 눈알 굴리면서 물 속에서 춤추도다. 감미로운 먹이를 찾아 헤엄칠 때 어부여! 낚시를 드리우지 마라. 북방의 넓고 큰 붉은 바위 위엔 거대한 독수리 샤꺄게뽀가 창성하리. 뭇 새들의 군왕답게 남의 생명을 빼앗지 않도다. 세 개의 산봉우리에서 먹이 찾아 헤맬 때 새잡이여! 부디 그물을 거두라. 독수리들이 사는 링와 동굴 속에 미라래빠는 번영하도다. 자신과 남을 위해 세속 생활 포기하고 보리심을 발하여 불타 경지, 한 생애에 구하며 일심으로 정진하여 진리를 실천하네. 작씬모여! 부디 수도자를 방해하지 마라. 다섯 가지 비유와 여섯 가지 의미를 그대는 깨달을진저! 불쌍한 작씬모여! 나를 알지 못하느냐? 악행을 저지르면 죄업 과보 무겁도다. 그대는 죄악의 까르마를 경계하지 않으려느냐? 해로운 생각과 사악한 마음을 다스리지 않으려느냐? 만물이 마음의 표현임을 알지 못하면 끝없는 번뇌는 쉬지 않으리. 마음의 본질이 공(空)함을 알지 못하면 사악한 악령 몰아내지 못하리. 그대, 마녀여! 나를 헤치지 말고 돌아 갈진저!
마녀의 모습은 즉시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발목을 붙잡은 채 미라래빠에게 노래하였다.
오, 용기와 인내 지닌 진리의 아들이여!
그대 노래, 부처님의 노래 같아
황금보다 소중하여 놋쇠와는 바꿀 수 없네.
그러하나 비유로 응답하는 나의 노래 들을지니.
푸른 하늘 가운데서 해와 달은 빛을 내려
다함없이 땅을 축복하네.
그대의 노래처럼
신들의 한없는 궁전에서 나온 빛은
사대주의 어둠을 몰아내니,
해와 달은 사대주를 돌며
쉬이 빛을 비추네.
해와 달이 스스로의 빛에 현혹되지 않을진대
어찌 라후 별이 그를 해치리?
동방 수정 설산 솟은 곳에
다쌩까모 암사자는 창성하리.
그녀는 짐승들의 여왕이니
뭇 짐승들 하인처럼 다루네.
암사자, 지평선에 나타날 때
자만심과 교만심이 없을진대
어찌 폭풍설이 그를 해치리?
남방 울창한 숲속에
암호랑이 창성하리.
그녀는 짐승들의 무적자.
네 발톱을 한껏 뽐내네.
줄무늬 거만하고 포효로 오만하지 않을진대
어찌 사냥꾼이 그를 해치리?
서방 망망한 큰 바다
배가 흰 물고기는 창성하리.
물 속을 마음대로 노닐며
신들처럼 춤을 추네.
풍미한 먹이 찾아 헤매지 않을진대
어찌 어부의 낚싯바늘이 그를 해치리?
북방 높고 험한 붉은 바위 위엔
거대한 독수리들 창성하리.
그녀는 새들의 신인 양
뭇 새들 다스린다 자만하네.
살코기와 피를 찾아 산으로 날아가
먹이 찾아 허덕이지 않을진대
어찌 새잡이 그물이 그를 해치리?
독수리 둥지 트는 바위 굴에
그대 미라래빠 창성하여
자리(自利)와 이타행(利他行)을 행한다하네.
한 생애에 불타 경지 성취하고
육도 중생을 제도하려 하네.
명상에 몰두할 때
습관적인 사념이 일어나 마음을 흔들고
분별심을 일으키네.
마음속에 미세 분별 원수들이 사라지면
작씬모가 어찌 해치리?
그대는 알아야 하리..
자신의 마음속에서만
습관적인 사념의 악(惡)이 나타남을.
진여(眞如)의 마음에 안주하지 못하면
작씬모가 어찌 섬기리?
마음의 공성(空性)을 통달하지 못한 이는
악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네.
진아심에 안주하면
온갖 장애물과 방해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네.
하여 나같은 작씬모는 즐거이 시녀가 되네.
그대 미라래빠여,
아직도 그릇된 관념이 남았나니
진아의 본질을 통달하고
미망(迷妄)의 근원을 꿰뚫을진저.
작씬모의 노래를 듣고 미라래빠는 그녀의 지혜에 큰 감명을 받았다. 미라래빠는 마녀의 노래를 기쁜 마음으로 듣고 나서는 ‘사념에 관한 여덟 가지 비유’에 대해 노래하였다.
오, 과연 그렇도다!
그대의 말은 참으로 진실하네.
나는 두루 다녔어도
이처럼 아름답고 진실한 노래
들어본 적 없었네.
백 명의 위대한 학자가 여기 모인들
이보다 자상한 노래 들려줄 수 있을까.
오, 그대의 노래 황금 막대기인 양
나의 심장을 두들기네.
하여 심장의 기운과
진리에 집착이 사라졌네.
무명(無明)의 어둠은 밝아지고
지혜의 흰 연꽃이 피어나
자각의 등불이 환히 빛나도다.
광대한 푸른 하늘을 보고
존재의 공성을 깨닫나니
현상계의 불안도 두려움도 나에게는 없네.
해와 달을 보고
활짝 열린 일심(一心)의 광명을 깨닫나니
졸음과 산란심, 이제 두렵지 않노라.
당당한 산의 위용을 보고
부동의 삼매를 깨닫나니
변화하고 흘러감, 이제 두렵지 않노라.
흘러가는 강물을 보고
만물의 유전(流轉)을 깨닫나니
원인 없다는 그릇된 견해, 이제 두렵지 않노라.
하늘의 무지개 바라보며
형상(色)과 공(空)이 하나임을 깨닫나니
있느니 없느니 그릇된 견해, 이제 두렵지 않노라.
물 속에 비친 달 그림자를 보고
무집착의 투명한 빛을 깨닫나니
주관적인 생각과 객관적인 생각, 이제 두렵지 않노라.
자각하는 마음을 돌이켜 응시할 때
내면에 켜진 등불을 보나니
무지의 어둠, 이제 두렵지 않노라.
그대, 죄 많은 영혼이 부르는 노래 듣고 보니
자각하는 마음이 온전히 밝아졌네.
하여 어려움도 장애도 이젠 두렵지 않노라.
그대, 말솜씨 능하도다.
허나 그대는 스스로 노래한
마음의 본질을 진실로 아느냐?
그대의 추악한 모습과 사특한 행위는
원인이 무엇인가?
진리에 무지와 계율의 외면이 그 원인 아닌가.
윤회의 고통과 악에 대해 더 부지런히 탐구해야 하리.
열 가지 악한 행위, 완전히 멀어져야 하리.
사자 같은 나, 미라래빠는 조금도 두렵지 않노라.
죄 많은 악녀여, 농담으로 부른 내 노래를
진실이라 생각하지 마라. 나는 단지
그대를 잠시 즐겁게 하고 싶었을 따름이니.
오, 영혼이여, 그대는 오늘 저녁 나를 비웃었도다!
하지만 붓다와 다섯 악마에 관한 전설을 기억해보라.
부디 그대 안에 보리심이 일어나길!
그대의 순수한 서원과 나의 자비심이 어우러져
내생에서는 그대여, 내 제자가 될지어다!
미라래빠의 응답송(應答頌)에 감명을 받아 작씬모의 가슴속에는 스승에 대한 신심의 꽃이 활짝 피었다. 그녀는 미라래빠의 발목을 놓고 나서 고운 목소리로 노래 불렀다.
전생에 쌓아둔 공덕으로
진리를 수행하며
산 속 은둔처에 홀로 머무는 수도자시여!
자애로운 님의 눈은 뭇 존재들을
자비심으로 굽어보시네.
저는 빠드마쌈바바의 법통을 따라
거룩한 진리의 진주 말씀 들었지요.
큰 집회에 참석하여
많은 설법을 들었지요.
하나 갈망과 집착심은 여전히 큽니다.
저는 법을 수호하는 자들을
선(善)으로 인도하고
수승한 불교인들에게
법다운 길을 보여주었지요.
의도는 우호적이지요.
동기는 선량했지요.
허나 사악한 몸을 보존하려면
음식을 구해야 했지요.
하여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피와 살을 구했지요.
만나는 사람들의 영혼속으로 들어갔답니다.
예쁘고 아름다운 처녀들의 심장을 부추겨
정욕으로 미치게 했지요.
눈으로 온갖 인생극(人生劇)을 구경하며 즐기고
마음으로는 모든 나라들을 선동하고
몸으로는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자극했지요.
저의 집은 링와에 있고
거처는 큰 바위 속이지요.
이것들은 제가 행한 일들이요,
신실한 응답이요, 정직한 고백입니다.
이는 만남의 인삿말이요,
임에 대한 신심과 헌신의 증거입니다.
이 정직한 노래로 행복하고 고무될지어다!
미라래빠는 생각했다.
‘이 간절한 질문에 잘 응답하여 그녀의 자만심을 꺾어주어야겠구나.’
그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들을지라. 들을지라.
그대 사특한 마녀야,
스승은 선량하나 제자는 사악하네.
진리의 가르침을 읽고 듣기만 한 자들은
그저 문자에만 집착해
진리의 실체를 이해하지 못하네.
언어는 유창하고 확신에 찬 듯하나
소용 없고 가치 없어라.
거짓말과 공허한 말은
마음속의 더러움을 씻어주지 못하네.
지난날의 나쁜 습관과 현재의 악행으로
교의와 맹세를 저버린 그대는
비천한 마녀의 모습으로 태어나
사람을 잡아먹는 유령 되어 방황하도다.
그대의 말은 자신을 속이는 거짓투성이,
마음속엔 남을 헤치려는 생각으로 가득 찼노라.
인과법(因果法)을 무시하여
추한 모습, 천한 태생으로 태어났구나.
그대가 윤회세계 악을 생각한다면
죄를 고백하고 선을 행하라.
미라는 두려움 없으니 사자와 같고,
불안하지 않으니 코끼리와 같으며,
가식과 바람이 없으니 광인과 같도다.
그대에게 진실을 말하나니
나를 해치는 일은 그대에게 슬픔만 더할 뿐.
순수한 진리 향해 서약하라!
장차 제자 되길 발원하라.
오, 그대 타락한 여인아,
이 말을 귀담아 들을진저!
그러자 작씬모는 이전과 같은 모습을 드러낸 뒤 노래를 불렀다.
삼세제불(三世諸佛) 가운데
지금강불(持金綱佛)은 으뜸이시고
놀라운 가르침의 주(主)이시네.
보리심의 발현은 참으로 불가사의 합니다.
임은 저를 타락한 여인이라 부르시지만
본래의 저는 많은 공덕을 쌓은 여인!
경계 말씀 듣고서 바른 견해를 얻었지요.
처음엔 스승의 가르침에 수순하여
거룩한 진리를 배우고 공부했으나
자신에 도취되어 악행을 범했지요.
악한 열정이 마음속에 모질게 날뛰어
마녀의 추한 모습으로 태어났지요.
모든 중생을 도우려 했으나
결과는 끝없이 되풀이되는 악으로 끝났답니다.
위대한 명상자, 님께서는 작년 초에 오시어
동굴 속에 은둔하며 홀로 수행하셨지요.
때때로 님을 좋아했고
때로는 그렇지 않았답니다.
오늘밤 온 것은 님을 좋아했기 때문이지요.
발목을 잡을 것은 님을 싫어했기 때문이지요.
저는 지금 잘못을 뉘우치고 있어요.
이제부턴 악행을 버리고
성심으로 진리를 수행하여
붓다의 가르침에 봉헌하겠어요.
바라건대 오독(五毒)의 갈망 녹아
은총의 시원한 그늘 속에 쉬게 하소서!
추한 모습 지닌 여인은
님에게 귀의하여 가르침에 의지했어요.
사악한 의도를 버리고
불타의 경지 성취할 때까지
수행자를 보호하고
명상자의 수호녀가 되기를 맹세하겠어요.
가르침을 지키는 이들과
진리를 따르는 이들을 돕겠어요.
뛰어난 명상자와 진리 자체의
정직한 시녀가 되겠어요.
이렇게 하여 작씬모는 장차 어떤 사람도 해치지 않을 것을 미라래빠 앞에서 맹세하였다. 그녀는 또한 명상하는 모든 사람을 보호하겠다고 서원하였다. 작씬모를 인도하기 위해 미라래빠는 노래하였다.
나는 윤회 세계를 벗어난 자요,
스승의 귀한 아들이요,
소중한 가르침을 지닌 자요,
불타의 가르침을 구현한 자라네.
나는 존재의 본질을 아는 자요
뭇 존재의 어머니,
용기와 끈기를 지닌 자요
고따마 붓다의 진수(眞髓)를 지닌 자요
보리심을 발한 스승이네.
한결같이 자애심을 지녀
대자비로 온갖 악념(惡念)을 극복하고
링와의 동굴에 머물면서
끊임없이 명상에 전념하는 자라네.
그대 불쌍한 마녀여, 그대 지금 행복하지 않은가?
행복하지 않다면 그것은 그대의 잘못.
똑바로 볼지어다!
아상(我相)에 집착하는 그대 마음이
그대 자신보다 더 크구나.
경계하라!
감정에 치우지는 그대 마음이 그대 자신보다 더 크구나.
그대 사악한 의지는 그대 자신보다 한층 강하구나.
그대 습관적 사념은 그대 자신보다 더욱 굳세구나.
그대 그칠 줄 모르는 사념은 그대 자신보다 더욱 날뛰는구나!
유령의 존재를 인정하면
해악을 자초할 뿐이네.
유령이 존재하지 않음을 알면
그것이 곧 붓다의 길이요,
유령과 본체(本體)가 '하나'임을 앎은
해탈의 길이네.
유령이란 곧 모든 이의 부모임을 알아라!
이것이 바른 이해의 길이요,
유령 자체가 진아심(眞我心)의 현현임을 앎은
지고한 영광이네.
악녀여!
네가 설한 진리를 깨달으면
온갖 질곡에서 벗어나 자유케 되리.
이는 그대 위한 가르침이네.
행여 제자가 되려거든
가르침을 준행하고
금강승(金綱乘)의 계율을 지키고
자비심을 버리지 마라.
불자(佛子)들의 신체나 말이나 마음을 다치게 하지 마라.
이 규칙 어기면 금강 지옥에 떨어지리.
위없는 보리심(菩提心)으로
그대는 지복(至福)을 누릴진저!
오, 도제쌤빠의 여인이여,
오는 생에는 나의 수제자 될지어다.
작씬모는 서약한 뒤 미라래빠에게 예배드리고 여러 번 그의 둘레를 돌았다. 그녀는 미라래빠의 모든 명령에 순종하기로 맹세한 후에 무지개처럼 하늘로 사라졌다.
잠시 후 먼동이 트고 해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작씬모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단장하고, 화려한 옷을입은 많은 형제 자매들을 거느리고 다시 찾아왔다.
그들은 모두 미라래빠에게 예배드리고 천상 예물을 바쳤다.
작씬모는 미라래빠에게 말했다.
“저는 사악한 유령입니다. 악업으로 인해 천한 몸으로 태어났지요. 습관적인 나쁜 사념에 끌려 다른 사람도 악에 물들게 하였지요. 부디 저를 용서해주세요, 악의에 이끌려 선생님을 해치려 했던 일을. 지난 날의 잘못을 모두 용서해주세요. 앞으로는 가르침을 철저히 따르고 신실한 하녀가 되겠어요. 스승이시여, 자비를 베푸시어 지고한 진리를 설해주소서.”
작씬모는 이어 노래하였다.
오, 임이시여, 임이시여,
위대한 영웅들의 아드님이시여!
한량없는 공덕 닦아
임은 지고한 분 되셨군요.
훌륭한 법통에 속하여
은총의 물결로 축복받으셨군요.
임은 불굴의 끈기로 명상하셨네.
홀로 인내하며 심오한 가르침을 수행하셨네.
하여 악도 장애도 없으시리.
에너지 통로와 생명 에너지 수련하여
소우주(小宇宙)를 통달하셨나니
위대한 기적을 행하실 수 있네.
우리와 임은 조화의 인연이 있지요.
전생의 순수한 소원이 있어 우리를 만나게 한 거지요.
무수한 성취자들 만났어도
나는 오로지 임을 통해 은총과 가르침을 받았지요.
소승(小乘)의 편의적인 진리는 미망이요
까마르로 말미암은 욕망은
극복하기 어렵지요.
진리에 관해 유창하게 말할지라도
고통과 불행앞엔 무력하지요.
진리에서 벗어난 이런 교사(敎師)들은
제 이익조차 얻지 못한채
남에게 증오심만 일으키지요.
님은 불변의 진리(法性)을 깨달은
삼세 부처님의 화신이네.
내적 교의(敎義)로 진리의 본질을 수행하지네.
지고한 깨달음이 깊어지는
이 축복받은 곳에서
저희 작씬모와 시녀들은 청하오니
내밀한 비밀 교의를 베푸소서.
청하오니, 지고한 진리 금강승의
은밀한 말씀을 허락하소서.
대광지혜(大光智慧)를 허락하시어
큰 빛을 밝히소서.
불변의 진리, 은밀한 가르침 들으면
악도(惡道)에 떨어지지 않으며
비밀 교의 수행하면
윤회의 길목에서 방황하지 않으리니
숨김없이 완전한 진리를 저희들에게 밝히소서.
미라래빠는 말하였다.
“그대들 모두가 불변하는 최상의 진리를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은밀한 가르침을배우려 한다면, 목숨을 바쳐 맹세하고 엄숙한 서약을 해야 한다.”
작씬모는 스승의 가르침을 마음을 다해 따르고 모든 불교인들에게 완전히 봉사하기로 서약하였다.
미라래빠는 그녀의 간청에 응하여 ‘스물일곱 가지 소멸에 관한 진리의 노래’를 불렀다.
인간의 몸 지니신 은밀한 붓다.
비길 데 없는 역경사 마르빠 아버지시여,
자애로운 임의 발 앞에 엎드려 절합니다.
나, 미라는 기교를 자랑하는 시인이 아니지만
그대가 노래를 청하니
구경(究竟)의 진리를 읊조리리.
천둥과 번개, 구름은
하늘에서 일어나
하늘로 사라지네.
무지개와 안개, 저녁 노을은
허공에서 나타나
허공으로 사라지네.
꿀과 열매, 곡식은
흙에서 생겨나
흙으로 돌아가네.
꽃과 풀, 나뭇잎은
대지에서 자라나
다시 대지로 돌아가네.
물결과 소용돌이, 거센 파도는
바다에서 일어나
마침내 바다로 사라지네.
습관적 사념과 집착심, 욕망은
장식(藏識)에서 일어나
마침내 장식으로 사라지네.
자아의 각성과 자아 광명, 자아 해탈은
마음의 근원(一心)에서 일어나
한결같이 마음의 근원으로 돌아가네.
불생과 불멸, 부사의(不思議)는
진리의 본질(法性)에서 일어나
다시 진리의 본질로 돌아가네.
환영과 허깨비, 악마의 시현(示現)은
업식(業識)에서 일어나
마침내 업식으로 돌아가 사라지네.
유령의 환영(幻影)에 집착하면
올바른 수행법이 아니네.
모든 장애물이 일심의 표현인
공(空)의 현현임을알지 못하면
올바른 명상법이 아니네.
온갖 혼란의 근원은
또한 마음에 있음을 알지니
마음의 본성을 깨닫는 자는
가고 옴이 없는
대광명을 보게 되네.
삼라만상의 본질을 바라보는 자는
그것이 다만 마음의 그림자임을 깨닫게 되네.
하여 공(空)과 형상(色)의 평등성을아네.
나아가 명상은 생각의 헛그림자일 뿐이요
명상하지 않음도 또한 다를 바 없으니
명상을 하든 안 하든 마찬가지네.
'둘로' 나누어 분별하는 마음이야말로
모든 그릇된 관념의 근원이네.
구경(究竟)의 정견(正見)에선 견해조차 없나니
이것이 마음의 본질이라네.
진리의 본질은 허공을 닮았나니
그대, 작씬모여!
생각을 초월한 본질을 찾으라!
흩어짐 없이 명상에 몰두하라!
항상 본질에 눈을 뜨고
자연스럽게 무위로 행동하라!
언어를 초월한 경지에
희망과 두려움에서 벗어난
대성취가 있나니
나의 노래, 농담도 빈말도 아니네.
오, 영혼이여!
상서로운 진리를 생각하라!
묻기를 적게 하고 질문를 일으키지 마라!
모든 긴장을 놓아버리고 편히 쉬라!
그대의 청에 따라 부르긴 했지만
나의 노래는 다만 '미친 언어'일 뿐,
그대가 실행하는 이 나의 가르침은
굶주릴 때 먹는 한없는 지복(至福)의 음식이요
목마를 때 마시는 감로수가 되리니
그대, 비로소 수행자를 도울 수 있으리.
이에 작씬모와 그녀의 권속은 기쁨에 겨워 미라래빠에게 엎드려 절한 뒤 그의 주위를 여러 번 돌았다. 그들은 찬탄하여 외쳤다.
“오, 스승이시여, 선생님의 은혜에 무한히 감사드립니다.”
그 후 그들은 무지개와 같이 하늘로 사라졌다. 그들은 그 뒤로 미라래빠의 명령에 순종했으며, 명상 수행자들을 돕고 그들의 선량한 친구가 되었다.
이 장은 ‘링와 동굴’ 에서 미라래빠가 마녀 작씬모를 만난 이야기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