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나라 수도의 대중흥사 도안법사가 경계의 글 아홉 문장을 지어 문중의 사람들을 훈계하였으니 그 글에서 말하였다.
삼가 여러 제자들에게 말을 남기노라. 무릇 출가하여 도를 이루는 것은 지극히 소중하고도 지극히 어려우니 스스로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하며 스스로 쉽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소중하다 일컫는 것은 도를 울러매고 덕을 지니며 인을 두르고 의를 짊어져서 청정한 계를 받들어 지킴에 있어서 죽어서야 그만 둘 수 있기 때문이며, 어렵다 일컫는 것은 세상과 단절하고 속세를 떠나 어버이의 사랑을 영원히 베어내며 정을 돌이키고 습성을 바꾸어 뭇 사람들과 함께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능히 행하지 못하는 것을 행하고 사람들이 능히 베어내지 못하는 것을 베어내며 괴로움을 참고 욕됨을 받아들이며 몸뚱이와 생명을 버리니 이를 일컬어 어렵다는 것이며, [이 같은 사람을] 이름하여 도인道人이라 말한다. 도인이란 사람을 인도하는 것을 말하니 그 행위는 반드시 붙좇을 만 해야 하고 그 언행은 반드시 본받을 만 해야 하며, 승복을 입고 출가함에 움직이면 곧 법칙이 되어야 하며, 탐내지도 않고 다투지도 않고 헐뜯지도 않고 간사하지도 않아야 하며, 학문은 고매하고 뜻은 그윽이 침묵하는 곳에 두어야 하니 이것이 명성과 칭찬이 된다. [이러한 분은] 삼존三尊의 지위에 오르며 현인의 단계를 나와서 성인의 단계로 들어감에 정기와 혼백을 씻어버렸다. 그러므로 군주는 그 보답을 바라지 않고 부모는 힘을 바라지 않으며 온 천하의 사람들이 그에게 돌아가 포섭되지 아니함이 없으니, 아내의 것을 덜고 [부모를] 봉양할 몫을 줄여서 옷과 음식을 공양하고 몸을 굽혀 우러러 받들며 힘든 노역을 사양하지 않음을 얻게 되는 것은 그 뜻과 행위가 청결하고도 신명神明과 통해 있으며 담박惔泊하고도 허백虛白하기에 기이하고도 귀하게 여길 만 하기 때문이다.
황당하고 유락流落한 경계를 얻음으로부터 도법이 마침내 쇠퇴하니 새로 배우는 사람은 법칙을 미처 체득하지도 못한 채 사악함에 집착하여 올바름을 버리며, 그 진실은 망각한 채 조그만 꾀로써 지혜로 여기고 작은 공경으로써 만족하여 배불리 먹으며 하루해를 마치고도 마음 쓰는 바가 없음에 물러나 스스로 미루어 살펴보면 진실로 또한 슬프도다. 지금의 출가를 헤아려 보니 혹은 햇수는 지났으되 경전의 수업은 아직 통하지 못하고 문자도 판별하지 못한 채 다만 일생을 허비하여 이름을 이룬 바가 없다. 이와 같은 일을 어찌 깊이 생각하지 않겠는가. 무상한 죽음의 기한은 아침이 아니면 곧 저녁이며 삼도三塗의 고통은 강함도 없고 약함도 없다. 스승과 제자의 뜻은 깊은 까닭에 이로써 펴 보이니 유정有情의 무리들은 영원한 경계로 삼을 것이다.
그 첫 번째로 말한다.
그대가 이미 출가하였으니 태어난 바를 영원히 어기는 것이라, 머리를 깎아 겉모양을 헐고 법복을 몸에 걸쳤다. 어버이를 이별하던 날에는 위아래가 모두 눈물을 흘렸으니, 사랑을 베어 내고 도를 숭상함에 그 뜻은 맑디맑은 하늘을 능가하였으니 응당 이 뜻을 따라 불도를 수행하여 밝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에 무심한 까닭으로 여전히 빛과 소리에 머물러 있는가? 유유자적하며 나날을 마치니 불경을 익히는 일은 이루지 못하고 덕행이 날로 줄어듦에 더러움은 쌓여서 마침내 넘치기에 이르렀다. 스승과 벗에게는 부끄럽고도 부끄러우며 범부나 속인들이 업신여기는 바가 되니, 이와 같은 출가는 다만 그 이름을 스스로 욕되게 할뿐이다. 이제 그러므로 가르쳐 격려하나니, 마땅히 전심전력으로 정진해야 할 것이다.
그 두 번째로 말한다.
그대가 이미 출가하였음에 세속을 버리고 임금을 하직하니, 응당 스스로 가르치고 격려하여 푸른 구름 이루기를 마음먹어야 할 것이다. 재물이나 여색은 돌아보지 않아서 세속과 더불어 무리 짓지 말며 금은 보석을 귀하게 여기지 말고 오직 도道를 진귀한 것으로 여기며, 자기를 검약하게 하고 절도를 지키며 괴로움을 달게 여기고 가난을 즐겨 하며 덕스러움에 나아가 스스로를 제도하고 또한 능히 다른 사람을 제도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절조를 고치고 바람에 흩날리는 먼지 속을 내달리며, 앉음에 자리가 따뜻해지지도 않아서 동쪽으로 서쪽으로 질주하는가? 그 심하기가 마치 부역을 부림에 있어 관청의 관리가 소매를 끌 듯하니, 경전의 도는 통하지 못하고 계율의 덕은 온전하지 않게 된다. 벗들은 업신여겨 희롱하고 같은 학우들은 꺼려서 멀리할 것이니 이와 같은 출가는 다만 세월만 허비할 뿐이다. 이제 그러한 까닭에 가르쳐 격려하나니, 마땅히 각자는 스스로를 가련히 여겨야 한다.
그 세 번째로 말한다.
그대가 이미 출가하였음에 영원히 종족宗族과 헤어진 것이니 친함도 없고 성김도 없음에 청정하여 욕심이 없게 되었다. 행운이 있더라도 기뻐하지 않으며 재난이 닥치더라도 슬퍼하지 않으니 초연하고도 조용한 모습은 활연히 세속을 떠났음에, 뜻은 현묘한 곳에 두고서 참된 것을 따르고 질박한 것을 지키며 득도하여 널리 제도함으로써 두루 복록을 입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에 무심한 채 여전히 물들고 더러움에 집착되어 있는가. 공연히 길고 짧음을 다투며 세상의 모든 척도로써 세속과 더불어 이익을 따지니 어찌 머슴이나 종과 다를 바가 있겠는가. 경전의 도에는 밝지 못하고 덕스러운 행위는 부족하니 이와 같은 출가는 다만 스스로를 허물고 욕되게 할뿐이다. 이제 그러한 까닭에 가르쳐 보이나니, 마땅히 스스로 씻어 내어 목욕할지어다.
그 네 번째로 말한다.
그대가 이미 출가하였음에 일컬어 도인道人이라 부르니, 부모에게는 공경을 표하지 않고 임금에게는 신하 노릇을 하지 않는다. 온 천하가 함께 받듦에 있어 섬기기를 마치 신神과 같이 하며 머리를 조아려 공경을 다함에 있어 부귀와 빈천을 헤아리지 않으니 오로지 청정한 수행을 숭상하여 스스로 이롭게 되고 또한 남도 이롭게 해야 할 것임에, 감하고 덜어 낸 은혜의 막중함은 쌀 한 톨에 일곱 근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태만함으로써 능히 은혜에 보답하지 못하고 방종하여 노니는 것에만 치우쳐 몸과 생각을 부질없이 번거롭게 하는가? 계행戒行도 없이 시주물을 먹으면 죽어서 태산지옥에 들어가 달군 쇠로 음식을 삼고 동을 녹여 목구멍에 부을 것이니, 이와 같은 고통은《법구경》에 진술된 바이다. 이제 그러한 까닭에 가르쳐 약속하나니, 마땅히 고쳐서 스스로 새롭게 되어야 할 것이다.
그 다섯 번째로 말한다. 그대가 이미 출가하였음에 일컬어 마음을 쉬는 사람(息心)이라 부르니, 더럽거나 잡된 것에 집착하지 말고 오로지 도道만을 흠모할 것이며 청결에 참여할 뜻을 두어서 마치 옥과 같이 하고 마치 얼음과 같이 해야 할 것이다. 응당 경의經義와 계행戒行을 닦아서 자신의 정신을 제도하면 중생들은 도움을 입을 것이고 아울러 가까운 자들도 제도가 될 것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에 무심한 채 세속을 따라서 뜨고 가라앉기를 거듭하며 사지四肢를 풀어놓고 오근五根을 마음대로 놓아두는가? 이에 도와 덕은 마침내 얕아지고 세상의 일만 더욱 깊어지니, 이와 같은 출가는 세속과 더불어 그 티끌을 함께 덮어 쓸 뿐이다. 이제 그러한 까닭에 경계하여 제약하나니, 바라건대 스스로 정신을 차려야 할 것이다.
그 여섯 번째로 말한다.
그대가 이미 출가하였음에 세속의 육체를 버린 것이니 응당 힘써 정情을 고갈시킴으로써 열반에 부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어지럽게 움직일 뿐 조용히 거처함을 즐기지 않고, 경전의 도는 덜어내 소모하되 세속의 일에는 남김이 있으며, 맑고도 밝은 것은 밟지 않고 도리어 진흙길로 들어서는가? 지나치는 그림자와 같은 목숨은 혹은 잠깐 사이에 있을 뿐이나 지옥의 고통은 글로 다 쓰기 어렵다. 이제 그러한 까닭에 경계하고 격려하나니, 마땅히 옛 어른들의 좋은 말씀을 숭상해야 할 것이다.
그 일곱 번째로 말한다.
그대가 이미 출가하였음에 스스로 관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형체는 비록 비루하더라도 행위는 가히 볼만하게 해야 하며, 의복은 비록 누추하더라도 앉고 일어서기를 단정하게 해야 하며, 음식은 비록 소박하더라도 말을 할 때는 먹음직스럽게 해야 할 것이다. 여름이면 곧 더위를 참고 겨울이면 곧 추위를 참으며, 능히 스스로 절조를 지킴에 도천盜泉의 샘물은 마시지 않으며, 실답지 못한 공양에는 발길을 망령되게 앞세우지 않으며, 오랫동안 혼자 있는 방에 거처하더라도 마치 지극히 존귀한 사람 앞에 이른 듯 한다면 배움은 비록 많지 않더라도 옛 현인들과 가히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출가는 족히 양친의 은혜에 보답하고 종친과 아는 이들이 모두 은혜를 입을 것이다. 이제 그러한 까닭에 그대에게 경계하나니, 마땅히 각자는 스스로 도탑게 해야 할 것이다.
그 여덟 번째로 말한다.
그대가 이미 출가하였음에 품성은 어두운 이와 밝은 이가 있으나 배움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중요한 것은 수행을 정밀하게 하는 데 있다. 윗근기를 가진 선비는 좌선을 하고 중간 근기를 가진 선비는 경전을 외우며 아랫근기를 가진 선비는 탑과 절을 능히 경영할 수 있을 것이니, 그렇게 종일토록 할 수 있다면 어찌 하나도 이루어지는 것이 없겠는가? 몸을 일으켰으나 알려지는 바가 없다면 헛되이 살았다 할 것이다. 이제 그러한 까닭에 그대에게 가르치나니, 마땅히 스스로 뜻을 단정히 하라.
그 아홉 번째로 말한다. 그대가 이미 출가하였음에 오래도록 양친을 어기는 것이니, 도법으로 성품을 개혁하고 속세의 옷을 몸에서 떨구어 내었다. 어버이를 하직하던 날 잠깐은 슬퍼하기도 하고 잠깐은 기뻐하기도 하였지만 멀리 세속을 끊어 내고 티끌에서 멀리 벗어났으니 응당 경전의 도를 수행하여 자신을 억제하고 참된 것을 뒤밟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에 무심한 채 다시 세속의 인연에 물들려고 하는가? 경전의 도는 이미 엷어지고 올바른 행은 털끝만큼도 없으며 말은 고귀한 것이 아니고 덕은 보배로운 것이 아님에 스승과 벗에게 누累가 되기에 이르러 원망만이 날로 더해지니, 이와 같은 출가는 법을 덜어내고 몸을 욕되게 할뿐이다. 이를 생각하고 이를 염두에 두어 스스로 몸을 잘 거느릴 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