玉不琢이면 不成器오 人不學이면 不知道니라 余十有五而志于學호대 荏苒光景하야 倏忽老至라 歲月이 旣深코사 粗知其趣호라 翻歎疇昔에 殊失斯旨호니 限迫桑楡라 學不可逮일새 因述十門하야 垂裕後昆하야 俾務學而成功하며 助弘敎而復顯云爾로라
옥은 쪼지 않으면 그릇이 되지 못하고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도를 알지 못한다. 나는 열 다섯에 배움에 뜻을 두었으나 그럭저럭 세월이 흘러 문득 늙기에 이르니 세월이 이미 깊어서야 대강 그 취지를 알게 되었다. 예전을 돌아보며 이 취지를 아주 잃어 버렸던 것을 거듭 한탄하지만 기한은 해 저물녘에 임박하였으니 다시 배워도 미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로 인하여 열 가지 법문을 지어 후학들에게 드리워 줌으로써 배움에 힘써서 공을 이루도록 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넓히는데 도와서 다시 밝게 드러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다.
一.不修學이면 無以成이니라
涅槃經에 云호대 凡有心者는 皆當得成阿耨多羅三藐三菩提라하니 何以故오 盖爲一切衆生이 皆有佛性이라 此性이 虛通하야 靈明常寂하니 若謂之有나 無狀無名이요 若謂之無나 聖以之靈하나니 群生이 無始로 不覺自迷하야 煩惱覆蔽하고 遺此本明하야 能生諸緣하야 枉入六趣할새 由是로 大覺이 憫物迷盲하사 設戒定慧三學之法하시니 其道恢弘하사 示從眞以起妄하시며 軌範群品하사 令息妄以歸眞케하시니 若能信受佛語하고 隨順師學하면 乃駕苦海之迅航이요 則登聖道之梯鄧이라 誰能出不由戶리요마는 何莫由斯道焉고
① 배움을 닦지 않으면 이룰 것이 없다.
《열반경》에 이르기를 「무릇 마음이 있는 것은 모두가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 이룰 것이다」 하였으니 어찌하여 그런가? 대저 일체 중생은 모두 부처의 성품(佛性)이 있기 때문이다. 이 성품은 비어 있고 융통하여 신령스럽고 밝으며 항상하고 고요하니, 만약 그것을 일컬어 ‘있다’고 하려 하지만 모양도 없고 이름도 없으며 만약 그것을 일컬어 ‘없다’고 하려 하지만 성스러움은 이로써 나아가 신령스럽게 된다. 뭇 중생들이 무시無始 이래로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스스로 미혹해져 번뇌로 덮이고 가리워졌기에 그 본래의 밝음을 잃었으며 모든 반연攀緣들이 생겨나서 그릇되게 육취六趣로 빠져들었다. 이로 말미암아, 크게 깨우치신 세존께서 중생들이 미혹하고 눈이 먼 것을 불쌍히 여겨 계戒‧정定‧혜慧의 세 가지 배움의 법을 베푼 것이다. 그 도는 넓고도 넓어 참된 것으로부터 허망한 것이 일어났음을 드러내 보이고는 뭇 중생들에게 궤범이 되어 허망한 것을 쉬게 함으로써 참된 것으로 돌아가게 하시니, 만일 능히 부처님의 말씀을 믿고 받아들이며 스승을 따르고 순종하여 배운다면 이에 고통의 바다를 운행하는 빠른 배가 될 것이요 성스러운 길에 오르는 사다리이며 계단이 될 것이다. 어느 누가 나갈 때 문을 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찌 이 도道로 말미암지 않으리요!
二. 不折我면 無以學이니라.
說文에 云我는 施身自謂也라하며 華嚴에 云凡夫는 無智하야 執着於我라하며 法華에 云我慢自矜高하야 諂曲心不實이라하니 由執我見하야 憍慢貢高하며 不愧無智하고 妄自尊大하며 見善不從하고 罔受敎誨하며 於賢不親하나니 去道甚遠이로다 欲求法者인댄 當折我心하야 恭黙思道하며 屈節 卑禮하야 以敬事長하며 尊師重道하야 見賢思齊니라 鳩摩羅什이 初學小敎할새 頂禮盤頭達多하니 此는 下敬上이라 謂之貴尊이요 盤頭達多가 晩求大法할새 復禮鳩摩羅什하니 此는 上敬下니 謂之尊賢이라 故로 周易에 曰謙은 德之柄也라하며 書에 云호대 汝惟不矜히면 天下가 莫與汝로 爭能이요 汝惟不伐이면 天下가 莫與汝로 爭功이라하며 晏子가 曰夫爵 益高者는 意益下하고 官益大者는 心益小하고 祿益厚者는 施益博이라하며 子夏가 曰敬而無失하고 恭而有禮하면 四海之內가 皆兄弟也라하니라.
② 나를 굽히지 않으면 배울 만한 것이 없다.
《설문》에 말하였다. 「‘나’라는 것은 [부모로부터] 베풂을 받은 몸을 스스로 일컫는 것이다.」《화엄경》에 말하였다. 「범부는 지혜가 없기 때문에 ‘나’에 집착한다.」《법화경》에 말하였다. 「아만我慢으로 스스로 높음을 자랑하여 아첨하고 굽은 마음이 진실치 못하다.」 ‘나’라는 소견에 집착됨으로 말미암아 교만스럽고도 높은 채 하며, 지혜 없음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망령되이 스스로 존귀하고도 위대하게 여기며, 착한 이를 보고도 따르지 않고 그 가르침을 받지도 않으며 어진 이를 가까이하지 않으니 도道와 매우 멀리 떨어져 있게 된다. 법을 구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나의 교만한 마음을 꺾고 삼가 묵묵히 도를 생각하며, 절조를 굽히고 자신을 낮춤으로써 예를 차리고 공경으로써 어른을 섬기며, 스승을 존중하고 도를 소중히 하며 현인을 보면 그와 가지런해 질 것을 생각하라. 구마라습이 처음 소승小乘의 가르침을 배울 때는 반두달다에게 정례頂禮하였으니 이것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공경하는 것이라 이를 일컬어 ‘높은 이를 귀하게 여긴다(貴尊)’라고 하며, 반두달다가 뒤에 대승大乘의 법을 구할 때 다시 구마라습에게 예를 드렸으니 이것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공경하는 것이라 이를 일컬어 ‘현명한 이를 존귀하게 여긴다(尊賢)’라고 한다. 그러므로《주역》에 이르기를 「겸양은 덕의 근본이다」 하였고,《상서》에 이르기를 「네가 오직 뽐내지 않으면 천하가 너와 더불어 능能을 다투지 않을 것이요, 네가 오직 자랑하지 않으면 천하가 너와 더불어 공功을 다투지 않을 것이다」 하였다. 안자가 이르기를 「무릇 작위가 높을수록 뜻을 더욱 낮추고, 관직이 클수록 마음을 더욱 작게 가지며, 녹봉이 두터울수록 베풀기를 더욱 넓게 하라」 하였으며, 자하가 이르기를 「공경함에 실수가 없고 공손함에 예의가 있으면 온 천하가 모두 형제이다」라고 하였다.
三.不擇師면 無以法이니라
鳥之將息에 必擇其林이요 人之求學에 當選於師니라 師는 乃人之模範이어늘 模不模範不範이 古今多矣로다 爲模範者가 世有二焉하니 上則智慧博達하고 行業堅貞호미 猶密室燈이 光徹窓隙이요 次乃解雖洞曉나 行亦藏瑕호미 如犯罪人이 持燈照道인달하니 斯二高座는 皆蘊師法이어니와 其如寡德이 適時하야 名而不高를 望風依附하면 畢世荒唐하리라 東晋安師가 十二에 出家하니 貌黑形陋라 師輕視之하야 駈役田舍한대 執勞三年코사 方求師敎어늘 授辯意經하니 執卷入田하야 因息就覽이라가 暮歸還師코 經已闇誦이어늘 師方驚歎하야 乃爲剃髮하야 至受具戒하야 恣其遊學하야 投佛圖澄한대 見以奇之하고 異哉라 小童이여 眞世良驥로다 不遇靑眼하야 困駕鹽車라 自非伯樂이면 奚彰千里之駿이리요하니라 故로 出家者는 愼宜詳擇하야 察有匠成之能코사 方具資稟之禮니라 故로 南山이 云眞誠出家者는 怖四怨之多苦하고 厭三界之無常하며 辭六親之至愛하고 捨五慾之深着이라하니 能如是者는 名眞出家라 則可紹隆三寶하고 度脫四生하면 利益이 甚深하고 功德이 無量하리라 比에 眞敎凌遲하고 慧風이 掩扇하며 俗懷侮慢하고 道出非法은 並由師無率誘之心하고 資缺奉行之志라 二彼相捨하야 妄流鄙境이어니 欲令道光인달 焉可得乎아하니라.
③ 스승을 가리지 않으면 본받을 것이 없다.
새가 쉬고자 하면 반드시 앉을 숲을 택하고 사람이 배움을 구하고자 하면 응당 스승을 가리게 된다. 스승은 곧 사람의 모범인데 모模가 모답지 못하고 범範이 범답지 못한 이가 고금에 허다하다. 모범이 되는 자는 세상에 두 가지가 있으니, 그 중 뛰어난 자는 지혜가 넓고도 활달하며 행업行業이 굳고도 곧은 것이 마치 밀실의 등불의 빛 줄기가 창 틈을 꿰뚫고 나가는 듯 하는 자이며, 그 다음은 곧 견해는 비록 훤히 밝으나 행行에 또한 티끌을 숨기고 있으니 마치 죄를 범한 사람이 등불을 가지고 길을 비춰 주는 듯 하는 자이다. 이러한 두 어른(高座)은 모두 스승으로서의 법도를 쌓은 자이지만, 만일 부족한 덕행으로 적당한 시기를 만나 이름은 났으나 실제는 높지 못한 자를 그 소문만 바라보고 의지한다면 생을 마칠 때까지 허탕을 칠 것이다.
동진의 도안법사는 12세에 출가함에 얼굴이 검고 몸이 비루하여 스승이 그를 가벼이 보고 농막에 내몰아 일만 시켰다. 수고를 3년하고야 바야흐로 스승에게 가르침을 구하니《변의경》을 주기에 책을 가지고 밭에 들어가 쉬는 틈에 모두 살펴보고 해 저물어 돌아와서 스승에게 돌려주고는 경전을 이미 모두 암송하니 스승이 그제서야 놀라며 찬탄하고는 이에 머리를 깎아 주었다. 구족계를 받기에 이르러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배우다가 불도징에게 귀의하니 그를 보고는 기이하게 여겨 「기이하다 어린아이여! 참된 세상의 좋은 말(馬)이나 눈 푸른 자를 만나지 못하여 수고롭게 소금수레를 멍에 하였구나. 만일 백낙이 아니었다면 어찌 천리의 준마임이 드러났겠는가」 하였다. 그러므로 출가하는 자는 신중하고 자세히 알아보고 선택하되, 살펴보아 나를 다듬어 줄 능력이 있으면 그제서야 제자의 도리로써 법을 묻는 예를 갖추어라. 그러므로 남산이 이르기를 「참으로 순수하게 출가하는 자는 사원四怨의 많은 괴로움을 두려워하고 삼계三界의 무상함을 싫어하며 육친六親의 지극한 사랑을 여의고 오욕五慾의 깊은 애착을 버린다」 하였다. 능히 이와 같이 한다면 이름하여 참된 출가라 할 것이다. 곧 삼보를 계승하여 융성케 하고 사생四生을 제도하여 해탈케 할 수 있으면 그 이익은 매우 깊고 공덕은 무량할 것이다.
요즈음 참된 가르침은 능멸되고 지연되며 지혜의 바람은 부채에 가려지고 속인들은 업신여기는 마음을 품으며 도道에서 그릇된 법法이 나오는 것은 그 모든 것이 스승은 이끌어 인도하는 마음이 없고 제자는 받들어 행하려는 뜻이 결핍된 때문이다. 둘 다 모두 서로를 버려 망령스레 비루한 경계로 흐르게 되니 도道로 하여금 빛이 발하도록 하고자 하나 어찌 그러함을 얻을 수 있겠는가!
四.不習誦이면 無以記니라
記諸善言하야 諷而誦之니라 迦葉阿難은 具足住持 八萬法藏하고 西域東夏에 高德이 出家하야 幼年에 始習하야 皆學誦持하니라 竺佛圖澄은 能誦佛經數百萬言하고 佛陀跋陀는 此云覺賢이 同學數人으로 習誦爲業하더니 餘人의 一月工誦을 覺賢이 一日能記하니 其師가 歎曰一日之學이 敵三十夫라하니라 然이나 人之至愚인달 豈不日記一言이리요 以日繫月하며 以月繫年하면 積工必廣하고 累課亦深하리니 其道가 自微而生이어니 何患無所立矣이리요.
④ 익히고 소리내어 읽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다.
모든 착한 말들을 기록하여 읽되 소리 높여 읽어라. 가섭과 아난은 8만의 법전을 온전하게 갖추어 지녔었고, 서역과 중국(東夏)의 고승대덕들은 출가하면 어려서부터 익히기 시작하여 모두 외워 지니기를 배웠다. 축불도징은 불경의 수백만 글귀를 능히 외웠으며, 이곳 말로 각현覺賢이라 번역되는 불타발타는 몇 사람과 함께 배우면서 익혀 외우는 것을 업으로 삼음에 다른 사람은 한 달 만에야 능숙하게 외우는 것을 각현은 하루에 능히 기억하니 그의 스승이 찬탄하여 이르기를 「하루 동안 배운 것이 서른 명의 것에 필적한다」 하였다. 그러나 사람이 아무리 어리석더라도 어찌 하루에 한 마디를 기억하지 못하겠는가. 날로써 달을 잇고 달로써 해를 잇는다면 쌓여진 공부는 반드시 넓어지고 누적된 성과 역시 깊어질 것이다. 그러한 도道는 미약한 것으로부터 생겨나게 되니 어찌 이룰 바가 없을까 근심하겠는가!
五.不工書면 無以傳이니라
書者는 如也니 叙事를 如人之意라 防現生之忘失인댄 須繕寫而編錄이요 欲後代以流傳인댄 宜躬書以成集이니 則使敎風으로 不墜하며 道久彌芳이라 故로 釋氏經律은 結集貝多하고 孔子詩書는 刪定竹簡하니 若不工書면 事難成就니라 翻思智者의 無礙之辯인댄 但益時機라 自非章安의 秉筆之力이면 豈流今日이리요 故로 罽賓高德槃頭達多는 從旦至中히 手寫千偈하고 從中至暮히 口誦千偈하니 但當遵佛하야 能寫名字언정 愼勿傚世하야 精草隸焉이어다.
⑤ 글쓰는 법을 공부하지 않으면 전할 도리가 없다.
글(書)이란 같다(如)는 것이니, 사람의 뜻과 똑같이 어떤 일을 서술함을 말한다. 현생에 잊어 먹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모름지기 정갈하게 엮어 베끼고 순서대로 엮어 기록할 것이요 후대에 전해지도록 하려면 마땅히 몸소 글을 써서 집성할 것이니, 그렇게 한다면 가르침의 기풍은 떨어지지 않게 되고 도道는 오랠수록 더욱 꽃답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석가의 경전과 율법은 패다라 잎에 결집結集되었고 공자의 시詩와 서書는 대나무 줄기에 산정刪定되었으니, 만약 글쓰는 일을 공부하지 않았다면 일은 성취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돌이켜 생각건대 지자대사의 걸림 없는 변설은 단지 그 때의 근기根機에 유익하였으니, 만일 장안의 집필력이 아니었으면 어찌 오늘에까지 유포되었겠는가. 그러므로 계빈국의 고승대덕인 반두달다는 새벽부터 낮까지 손수 1천 편의 게송을 쓰고 낮부터 저녁까지 입으로 1천 편의 게송을 외웠다. 다만 응당 부처님을 좇아 능히 이름자를 쓸 수 있게 할 뿐, 세상을 본받아 초서와 예서를 정교하게 하는 것은 삼가하여 하지 않도록 하라.
六.不學詩면 無以言이니라
言善則千里之外가 應之하고 言不善則千里之外가 違之니라 詩陳褒貶하고 語順聲律하니 國風은 敦厚하고 雅頌은 溫柔하야 才華氣淸하고 詞富彬蔚이라 久習卽語論이 自秀요 纔誦이라도 乃含吐不俗이니라 彼稱四海習鑿齒라하니 此對彌天釋道安이라하니라 陳留阮瞻이 時忽嘲曰大晋이 龍興하야 天下로 爲家어늘 沙門은 何不全髮膚去袈裟하며 釋梵服被綾紗어뇨 孝龍이 對曰 抱一逍遙하고 唯寂以致誠이라 剪髮毁容하고 改服變形하니 彼謂我辱이나 我棄彼榮이라 故로 無心於貴而愈貴하고 無心於足而愈足이라하니 此乃氣蘊蘭芳이요 言吐風采라 雖不近乎聾俗이나 而可接於淸才니라 佛法을 旣委王臣하시니 弘道인댄 須習文翰이니라 支遁은 投書北闕하고 道安이 方逸東山하니 自非高才면 豈感君主리요 宜省狂簡之言하라 徒虛語耳니라.
⑥ 시詩를 배우지 않으면 말을 잘 할 수 없다.
말을 올곧게 잘하면 곧 천리 밖에서도 그 말에 호응하고, 말을 올곧게 잘하지 못하면 곧 천리 밖에서도 그 말을 어기려 든다.《시경》은 칭찬하여 말하는 법과 비평하여 말하는 법을 갖추어 진술하였고 그 언어는 성조聲調와 운율韻律을 따랐으니,《국풍》은 도탑고도 중후하고《아‧송》은 온화하고도 부드러우며, 재치가 빛나고 기개가 청아하며 어휘가 풍부하고도 밝게 빛난다. 오래 익히면 곧 말과 논리가 저절로 빼어나고 가까스로 외우더라도 [말을] 머금고 내뱉음에 있어 속되지 않는다. 저쪽에서 「이 세상(四海)의 습착치입니다」라고 일컫자 이쪽에서 「온 천하(彌天)의 석도안입니다」라고 대꾸하였다. 진류의 완첨이 한 때 문득 조롱하여 이르기를 「대진이 크게 일어나 천하로 집을 삼았거늘 사문沙門은 어찌 터럭과 피부를 온전히 하고 가사를 버리며 승복을 벗고 비단옷을 입지 않는가?」 하니 효룡이 대답하기를 「참된 도(一)를 안고서 자유로이 노닐며 오직 고요하게 정성을 다할 뿐입니다. 머리를 깎아 얼굴을 헐고 의복을 고쳐 모습을 변화시키니 저네들은 내가 욕되다 일컫지만 나는 그들의 영욕을 버렸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부귀에 무심하니 더욱 존귀하게 되고 만족에 무심하니 더욱 풍족하게 되는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이는 곧 기개는 난초의 향기로움을 간직하고 있으며 말은 풍류로운 문채를 내뱉으니, 비록 귀먹고 속된 이들과는 친근할 수 없으나 맑고도 재주로운 이들과 교제할 수 있다 할 것이다. 불법을 이미 왕과 신하에게 맡기셨으니 도를 넓히고자 하면 모름지기 글월을 익힐 것이다. 지둔은 북궐에 글을 올리고 도안은 동산에 숨었으니, 스스로 뛰어난 재주를 가지지 못했다면 어찌 군주를 감동시켰겠는가. 마땅히 사리 분별에 벗어나는 말을 살펴라, 단지 헛된 말일 뿐이다.
七.不博覽이면 無以據니라.
高僧傳에 云非博則語無所據라하니 當知今古之興亡인댄 須識華梵之名義니라 游三藏之敎海하고 玩六經之詞林이니 言不妄談이요 語有典據라 故로 習鑿齒가 讚安師曰理懷簡衷하고 多所博涉하야 內外群書를 略皆遍覩하고 陰陽算數를 悉亦能通하며 佛經妙義는 故所游刃이라하니라 眞宗皇帝가 詔李侍讀飮할새 仲容이 起하야 固辭曰官家하노니 撤巨器하소서 上이 問何故로 謂天子爲官家오 對曰臣이 嘗記蔣濟萬機論호니 言三皇은 官天下하고 五帝는 家天下라하니 兼三五之德일새 故로 曰官家라하노이다 上이 喜曰眞所謂君臣은 千載一遇라하니 此由學問藏身이라 多識 前言이 無所累矣니라
⑦ 널리 살펴보지 않으면 근거할 것이 없다.
《고승전》에 이르기를 「널리 살펴보지 않으면 말함에 근거할 바가 없다」라 하였으니, 응당 고금의 흥망을 알아야 하고 모름지기 한문과 범문의 명의名義에 자세해야 한다. 삼장三藏이라는 가르침의 바다를 여행하고 육경六經이라는 어휘의 숲을 노닒으로써 말을 하면 허망한 얘기가 되지 않고 그 언어에는 전거典據가 있게 된다. 그러므로 습착치는 도안법사를 찬양하여 「속마음을 다스려 간결하고도 바르게 지니며 널리 섭렵한 바가 많아 안팎의 뭇 서적들을 대략 모두 훑어보았고 음양과 산술 또한 능통하였으니, 불경의 오묘한 이치는 본래 칼날 놀리듯 하였다」라고 말하였다. 진종황제가 시독 이중용을 불러들여 술을 마시는데 중용이 일어나 굳이 사양하며 이르기를 「관가官家에게 아뢰나니 큰그릇은 거두소서」 하니 천자가 묻기를 「어인 까닭으로 천자를 일컬어 ‘관가’라 하는가?」 하기에 대답하기를 「신이 일찍이 장제의《만기론》에 쓰여진 삼황은 천하를 벼슬아치가 관청 다스리듯 하였고, 오제는 천하를 가장이 집안 다스리듯 하였다라는 말을 기억하고 있음에 삼황과 오제의 덕을 겸비하셨기에 ‘관가’라 말씀드린 것입니다」 하니 천자가 기뻐하며 이르기를 「참으로 이른바 임금과 신하가 천 년에 한 번 만났음이로다」 하였다. 이는 학문을 몸에 갈무리하여 두었음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앞사람들의 말을 많이 익혀 두어서 누累가 될 바는 없다.
八.不歷事면 無以識이니라.
子가 曰吾非聖人이나 經事久矣라하시며 洎入太廟하사 每事를 問者는 儆戒無虞하야 罔失法度니라 羅漢이 雖聖이나 赤鹽을 不知하고 方朔이 雖賢이나 刦灰를 罔辨하니 多見而識之요 未見而昧矣니라 李後主가 得畵牛一軸하니 晝則出於欄外하고 夜乃歸於欄中이어늘 持貢闕下한대 太宗이 張後苑하야 以示群臣하니 俱無知者로대 惟僧錄贊寧이 曰南倭海水가 或減則灘磧이 微露어든 倭人이 拾方諸하야 蚌蜡中에 有餘淚數滴者를 得之하야 和色着物則晝隱而夜顯하고 沃焦山이 時或風燒 飄擊하야 忽有石落海岸이어든 得之하야 滴水로 磨色染物則晝顯而夜晦라하야늘 諸學士가 皆以爲無稽라호대 寧이 曰見張騫의 海外異記하라더니 後에 杜鎬가 檢三舘書目이라가 果見於六朝 舊本書中하니 此乃博聞强識하야 見幾而作也니라.
⑧ 일을 겪지 않으면 익히 아는 것이 없다.
공자가 이르기를 「나는 성인이 아니라 일을 경험한 지 오래 되었을 뿐이다」 하였으니, 태묘에 들어가자 모든 일을 [묘지기에게] 물은 것은 우려하는 마음이 없어서 법도를 잊을 것을 경계하셨기 때문이다. 나한이 비록 성인이나 붉은 소금을 알지 못하였고 동방삭이 비록 현인이나 겁회刦灰를 분별하지 못하였으니, 견문이 많으면 그것을 익히 알았겠지만 보고 듣지 않았기에 어두웠던 것이다.
이후주가 소 그림 한 폭을 얻었는데 낮이면 난간 밖으로 나왔다가 밤이면 이내 난간 안으로 돌아가는지라 가져다가 대궐에 바치니 태종이 후원에 펼쳐놓고 뭇 신하들에게 보였으나 아무도 아는 이가 없었는데, 오직 승록 찬녕이 이르기를 「남쪽 왜倭 지방에 바닷물이 간혹 줄어들면 물 속의 자갈밭이 약간 드러나게 되는데, 왜인들이 반듯한 돌이나 진주를 줍다가 큰 조개 안에 남아 있는 눈물 몇 방울을 얻어 물감에 타서 칠하면 곧 낮이면 숨었다가 밤이면 드러난다고 하며, 옥초산이 때때로 간혹 바람에 휩쓸리거나 회오리와 부딪치면 어쩌다 해안으로 잔돌이 떨어지는데 그것을 주워다 몇 방울의 물에 갈아서 색을 낸 뒤에 물건에 바르면 곧 낮에는 드러났다가 밤이면 숨는다고 하였습니다」 하니 뭇 선비들이 모두 근거 없는 것으로 여기기에 찬녕이 「장건의《해외이기》에서 보았습니다」 하였다. 후에 두호가 삼관三舘의 책 목록을 검열하던 중에 과연 육조六朝의 옛 서적 가운데에서 보게 되었다. 이것은 곧 널리 듣고 잘 익혀 두었다가 기회를 보아 지식을 드러낸 것이다.
九.不求友면 無以成이니라.
生我者는 父母요 成我者는 朋友라하니 故로 君子는 以朋友로 講習하고 以文會友하며 以友輔仁하나니 品藻人物하며 商搉同異호대 如切如磋하고 如琢如磨니 劉孝標가 云組織仁義하고 琢磨道德하며 歡其愉樂하고 恤其陵夷하며 寄通靈臺之下하고 遺跡江湖之上하야 風雨急而不輟其音하고 雪霜零而不渝其色하나니 斯乃賢達之素交라 歷萬古而一遇니라 東晋道安이 未受戒時에 會沙彌僧光於逆旅하야 共陳志慕하고 神氣慷慨하야 臨別에 相謂曰若俱長大어든 勿忘同遊라하더니 後에 光이 學通經論하야 隱飛龍山이어늘 安이 後復從之하니 相會에 所喜는 謂昔誓를 始從이라 因共披文屬思하니 新悟尤多어늘 安이 曰 先舊格義도 於理에 多違로다 光이曰 且當分析逍遙언정 何容是非先達이리요 安이 曰弘贊理敎인댄 宜令允愜이니 法鼓競鳴에 何先何後리요 時僧道護가 亦隱飛龍이라가 乃共言曰居靜離俗은 每欲匡正大法이니 豈可獨步山門하야 使法輪輟軫이리요 宜各隨力所被하야 以報佛恩이라한대 衆僉曰善타하고 遂各行化하니라
⑨ 벗을 구하지 않으면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
나를 낳아 준 이는 부모이고 나를 이루어 주는 자는 벗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벗으로써 배우고 익힘에 글로써 벗을 모으고 모인 벗으로써 어질고자 하는 마음을 돕는다. 인품을 차츰차츰 다듬어 나가며 같고 다름을 헤아리고 들추어내되 톱으로 끊는 듯이 하고 돌로 가는 듯이 하고 정으로 쫓은 듯이 하고 줄로 가는 듯이 할지니라. 유효표가 이르기를 「인의仁義로서 조직하고 도덕道德으로 탁마함에 그가 기뻐하고 즐거워함을 기뻐하고 그가 침체하고 쇠퇴함을 근심하며 신통의 경계는 신령스러운 누각 아래로 붙여 둔 채 그 자취를 강호 위에 남기니 비바람이 몰아쳐도 그 소리는 그치지 않고 눈서리가 떨어져도 그 색깔은 바래지 않는다」 하였으니 이는 곧 현명하고 활달한 이의 근본 교제로서 만고에 있어 겨우 한 차례나 마주치는 일이다.
동진 때 도안법사가 아직 계를 받지 않았을 때 사미 승광을 객점에서 만나 함께 포부를 펴니 정신과 의기가 강개하여짐에 헤어지며 서로 일컫기를 「만약 함께 크게 되거든 함께 노닐던 것을 잊지 말자」라고 하였다. 후에 승광이 경론을 배워 통달하고는 비룡산에 은거하자 도안이 뒤에 다시 그를 쫓아가 서로 만나 기뻐하며 예전에 서약하였던 것을 비로소 따르게 되었다고 말하였다. 그로 인하여 함께 글을 펴 보고 생각을 붙여가니 새로 깨달은 것이 더욱 많았다. 도안이 이르기를 「옛 어른들의 격의格義에도 이치에 어긋남이 제법 많다」 하자 승광이 이르기를 「우선 마땅히 [그 이치를] 분석하고 [그 도리에] 소요逍遙해야 할 것이거늘 어찌 앞선 어른들을 옳고 그르다 할 수 있겠는가?」 하므로 도안이 「진리의 교법을 넓히고 찬양하고자 하면 마땅히 진실과 합당하게 해야 할 것이니, 법고가 다투어 울림에 어찌 먼저와 뒤가 있겠는가?」 하였다. 이 때 승려 도호 역시 비룡산에 은거하여 있다가 이에 함께 얘기하며 일컫기를 「고요한 곳에 거처하며 속세와 떨어져 있는 것은 언제라도 큰 법을 곧게 바로잡고자 함인데 어찌 홀로 산문을 거닐며 법의 수레로 하여금 구르는 것을 그만두게 하겠는가! 마땅히 각자 힘이 미치는 바에 따라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할 것이다」 하니 대중이 모두 「좋다!」라 말하고는 마침내 각자 교화를 행하였다.
十.不觀心이면 無以通이니라.
維摩에 云 諸佛解脫은 當依衆生心行中하야 求라하니 何以故요 晋華嚴에 云心如工畵師하야 造種種五陰하나니 一切世間中이 無不從心造라 如心佛亦爾하며 如佛衆生然하야 心佛及衆生이 是三無差別이라하니 旣爲生佛之母며 亦爲依正之源이라 故로 楞嚴에 云諸法所生이 唯心所現이며 一切因果와 世界微塵이 因心成體라하니 欲言心有나 如空篌聲하야 求不可見이요 欲言其無나 如空篌聲하야 彈之亦響하나니 不有不無하야 妙在其中이라 故로 般舟에 云諸佛이 從心得解脫하나니 心者는 淸淨名無垢라 五道鮮潔不受色하나니 有解此者는 大道成이라하니라
마음을 관조하지 못하면 통할 것이 없다.
《유마경》에 이르기를 「모든 부처님의 해탈은 마땅히 중생들의 마음의 움직임에 의지하는 가운데에서 구하라」 하시거늘 어인 까닭인가? 진나라 판본인《화엄경》에 이르기를 「마음은 마치 뛰어난 화가와 같아서 가지가지의 오음五陰을 짓는 것이니 일체의 세간世間 가운데 마음으로 인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 없다. 마치 마음처럼 부처님 역시 그러할 뿐이며, 마치 부처님처럼 중생도 그러하다. 마음과 부처 그리고 중생, 이 셋은 차별이 없다」 하였으니 [마음은] 중생과 부처의 어머니가 되며 또한 의보依報와 정보正報의 근원이 된다.
그러므로《능엄경》에 이르기를 「모든 법이 생겨난 바는 오직 마음이 드러난 바이니 일체의 인과와 세상의 작은 티끌은 마음으로 인하여 그 실체(體)가 이루어진다」 하였다. 마음은 있다고 말하고자 하나 마치 공후의 소리와도 같아서 구하여도 가히 볼 수가 없고, 마음은 없다고 말하고자 하나 마치 공후의 소리와도 같아서 그것을 퉁기면 또한 울림이 있다.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으니 오묘함이 그 가운데 있다. 그러므로《반주삼매경》에 이르기를 「모든 부처님은 마음을 좇아 해탈을 얻으니, 마음이란 청정하여 무구無垢라 이름하며 오도五道에 [헤매더라도] 선명하고 깨끗하여 색色을 받지 않으므로 이것을 해득하는 자는 큰 도를 이룰 것이다」 하였다.
遵此十門하야 上行下效하야 不倦終之則吾佛之敎가 可延于後世어니와 苟謂不然인댄 祖道必喪이라 傾望後裔하노니 覽而警焉이어다.
이 열 가지 문을 준수하여 윗사람은 행하고 아랫사람은 본받아서 게으르지 않고 그것을 마치면 곧 우리 부처님의 가르침이 후세에까지 이어질 것이나, 진실로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조사들의 도는 반드시 상하게 될 것이다. 뒤를 잇는 이들에게 바라나니 살펴보고 경계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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