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치황제 출가시

청나라 2세 세조의 연호는 순치이다.
18년간 (1644~1661) 제위하였으며,
1661년 1월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었는데,
순치황제가 지었다는 출가시가 남아 있다.

청나라 건국당시, 태종과 더불어 수없는 정복전쟁으로 청을 세웠고,
18년간이나 권좌에 있었으나
이 시를 남기고는
홀연히 스님이 되었다고 한다.
이후에 조정에서 황제를 찾았으나 찾지 못했다고 한다.
중국사에서는 황제의 출가를 부정하기도 하지만,
‘불가’에서는 이 시가 정확하게 전해오고 있다.

곳곳이 총림이요, 쌓인 것이 밥이어늘 대장부 어디 간들 밥 세 그릇 걱정하랴 
황금과 백옥만을 귀한 줄을 아지 마소 가사 장삼 얻어입기 더욱더 어렵다네 
이 몸이 중원천하 임금노릇 하느라고 나라와 백성 걱정 마음 더욱 시끄러워 
인간의 백년 살이 삼만육천 날이언데 풍진 떠난 이 산속의 한나절에 미칠손가 
당초에 부질없는 한 생각의 잘못으로 가사옷 벗어놓고 곤룡포를 입게 됐네
이 몸은 그 옛적에 서천축 중이었는데 무엇을 반연하여 제왕가에 떨어졌나 
이 몸을 받기 전에 무엇이 내 몸이며 세상에 태어난 뒤 내가 과연 뉘던가 
자라나 사람 노릇 잠깐 동안 내라더니 눈 한번 감은 뒤에 내가 또한 뉘이런가 
백년의 세상 일은 하룻밤의 꿈속이요 만리강산 차지함은 한판 노름 바둑이라 
대우씨 구주 긋고 탕임금은 걸을 치며 진시황 육국 먹자 한 태조가 새터 닦네 
자손들은 지 스스로 살아갈 복 타고났으니 자손을 위한다고 마소 노릇 하지 마소
유구한 역사 속에 하고많은 영웅들도 푸른산 언덕위에 한줌 흙이 되었다네 
날 적에는 기쁘다고 갈 적에는 슬프다고 덧없는 인간 세상 한바퀴 도는 걸세 
애당초 안왔으면 갈 일도 없으리니 기쁜일 어디 있고 슬픔인들 있을손가 
나날이 한가로움 스스로 알 것이니 풍진속 세상 길의 온갖 고통 여의도다 
오로지 맛보고픔은 시원한 선열미요 이 몸에 두르고픈 건 괴색의 가사로다 
오호와 사해의 자유로운 손이 되어 부처님 도량에서 유유자적하리로다 
세속을 떠나는 일 쉽다고 말을 마소 숙세에 쌓아놓은 선근없인 아니 되네 
18년 세월 동안 자유라곤 없었도다 강산을 뺏는 싸움들은 언제나 그칠른지 
내 이제 손을 털고 산속으로 돌아가니 천만가지 근심걱정 아랑곳할 것 없네 ?